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고
옳고 그름을 떠나 선진국의 시각에서만 보던 개발 개념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하는 책입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많은가, 혹은 어떤 시각이 편향되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지리아의 소설가이자 비평가 치누아 아체베(Albert Achebe, 1930-2013)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입니다. 1958년 출간된 작품으로 현대 아프리카 문학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읽히는 소설로 꼽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 아프리카 우무오피아 마을에 사는 주인공 오콩코는 강한 성격에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실수로 오콩코의 탄환이 잘못 발사되고 사망사고가 일어납니다. 이 사고로 오콩코는 7년간 부족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유배를 갑니다.
일곱 해는 부족을 떠나 있기엔 너무 긴 세월이었다. 한 남자의 위치는 항상 그대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떠나자마다 다른 이가 일어나 그 자리를 채웠다. 부족은 도마뱀과 같다. 꼬리를 잃으면 곧 또 다른 꼬리가 자란다. _본문 가운데
7년 만에 돌아온 고향은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우무오피아에는 그 사이 백인의 문화가 들어오고 그들이 가지고 온 '괴상한 종교'가 주목받았으며 교역소도 세워졌습니다. 많은 돈이 그곳으로 흘러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변화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부족 전통에 따라 소외당하던 이들과 억압받던 여성들이 새로운 세력에 합류하며 우무오피아는 빠르게 변화하고 오콩코는 이 거대한 세력에 맞서기로 합니다.
치안판사는 자신이 집필하고자 하는 책 속에서 이 점을 강조할 것이다. 재판소로 다시 걸어가면서 그 책에 대해 생각했다. 매일이 그에겐 새로운 자료였다. 전령을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는 읽을거리일 것이다. _본문 가운데
아프리카 원주민 부족의 문명화, 인류학 보고서의 매력적인 주제입니다. 그 궁극적 목적이 공존이라면 더없이 훌륭한 연구가 되겠지요.
2024.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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