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윌슨(Colin Wilson)의 「정신기생체 The Mind Parasites」를 읽고
인류가 마음의 암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정신기생체(The Mind Parasites)의 공격을 받고 있다면? 이러한 가설에서 출발하는 SF소설, 콜린 윌슨(Colin Wilson, 1931)의 <정신기생체 The Mind Parasites>입니다.
대학시절 H.P.러브크래프트에 빠져 많이 읽었었는데 이 책이 그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현재는 SF장르에 큰 흥미가 없음에도 말이죠.
소설은 고고학자인 오스틴이 똑똑한 사람들을 위협하는 마인드 기생충인 차토구안(Tsathogguans)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에 대한 수기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오스틴이 대학 동창인 심리학자 카렐 바이스만의 자살을 접하고 그의 유언에 따라 한 무더기의 원고를 상속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원고의 첫 번째 문장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몇 달 전부터 나는 인류가 심암(心癌)이라고 할 만한 것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실로 흥미로운 문장이 아닌가 _「정신기생체」 가운데
영국의 고고학자와 그의 절친 심리학자, 이들의 직업 설정부터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바이스만의 어마어마한 가설 앞에 두려움을 느낀 오스틴은 라이히와 이 문제를 상의하고 함께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정신기생체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비해 모든 과정은 테이프에 녹음합니다.
바이스만은 정신기생체들이 약 200여 년 전부터 활개 치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1780년 이후 예술과 문학사를 보면 정신 흡혈귀들과의 투쟁의 결과를 산견할 수 있다. 염세주의의 복음과 생의 헛됨을 전파하는 임무를 거부한 예술가들은 파멸을 맞는다. 반면 생을 폄하하는 자들은 천수를 다하는 경우가 많다. _「정신기생체」 가운데
오스틴 역시 정신 흡혈귀들의 존재를 인식하자 지난 200년 동안의 역사가 뚜렷하게 부각됩니다. 중세와 18세기무렵 더 가혹한 시기에도 자살자가 없었던 것에 비해 19세기 이후 인간은 생명과 지식을 향한 열의를 잃었다고 말합니다.
음, 설득력이 있습니다.
19세기가 시작될 무렵, 천재들이 더 이상 신과 같은 창조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암흑기로 돌입합니다. 갑자기 왜 그런 일이 시작된 걸까? 산업혁명? 오스틴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살의 시대가 시작된 것은 바로 이때다. 사실 그것은 패배와 신경증의 시대인 근대의 서막이었다. _「정신기생체」 가운데
그럼 대체 정신기생체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소설의 전반에 걸쳐 그것을 밝혀내려는 오스틴의 논리가 흥미롭습니다.
마음의 암을 일으키는 정신기생체를 설명하면서 육체의 암을 비슷한 논리로 언급하는 부분이 꽤나 납득이 갑니다. 실현되지 않은 잠재력이 육체나 정신에 복수하는 것이 암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암 또한 이런 '실현되지 않은 잠재력'이 복수할 때 발생한다. 잠재력을 표현할 용기를 결여한 사람들이 암 환자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삶에 대한 불신이 그들의 영혼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_「정신기생체」 가운데
고립된 욕구불만이 쌓이기 전에 적절히 해소해나가는 일, 명상이 느닷없이 떠오르네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때 비로소 정신기생체의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어딘가 몹시 철학적인 결론이 나와버렸습니다. 저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말이죠.
콜린 윌슨의 대표작 <아웃사이더>도 읽어봐야겠습니다. 흥미로운 작가입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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