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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테드 창(Ted Chiang)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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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Ted Chiang)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를 읽고


외계인의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SF영화 <컨택트(2016)>의 원작 소설 「네 인생의 이야기」가 수록된 단편집, 미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 테드 창(Ted Chiang, 1967)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입니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작가의 첫 번째 작품집으로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하며 전 세계 21개 언어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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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네 인생의 이야기」의 주인공 루이즈 뱅크스는 외계인 헵타포드의 언어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시제가 없는, 그러니까 과거 현재 미래라는 직선적인 시간개념이 없는 외계인의 언어 '헵타포드 B'는 동그란 원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인 테드 창은 과학자답게 이러한 사유체계에 대해 다양한 비유를 들어 독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최초의 인류와 외계인 헵타포드는 모두 동일한 물질세계를 지각했습니다. 다만 지각한 것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세계관의 궁극적인 상이함을 낳았다고 말합니다.  

 

인류가 순차적인 의식 양태를 발달시킨 데 비해, 헵타포드는 동시적인 의식 양태를 발달시켰다. 우리는 사건들을 순서대로 경험하고 원인과 결과로 그 사이의 관계를 지각한다. 헵타포드는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하나의 목적일 지각한다. 최소화, 최대화라는 목적을. _「네 인생의 이야기」 가운데

 

그들의 언어를 배워나가는 루이즈는 조금씩 그들과 같은 사고를 하게 되고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 그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에게, 그리고 머지않아 세상을 떠나게 될 딸에게, '네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고 있단다. 자주 그 생각을 해보곤 해.

 

이 부분은 2016년 영화 <컨택트>에서 눈물코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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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은 작품 전반에 걸쳐 물리적으로 미래를 아는 일이 가능한가? 절대적으로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동시에 미래를 아는 일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과연 긍정적일까? 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찰하고 독자들에게도 묻습니다. 

 

자유의지의 존재는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아니, 정말로 그런 것일까? 미래를 아는 경험이 사람을 바꿔놓는다면? 이것이 일종의 절박감을, 자기 자신이 하게 될 행동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소설을 읽다말고 잠시 영화 <<컨택트>>를 구글링 해봅니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동일한, 어찌 보면 기묘한 설정이지만 외계인 헵타포드의 세계관으로는 정확한 장치입니다. 이 설정은 여러 SF문학에서 즐겨 언급되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의 '영원회귀' 사상에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_「네 인생의 이야기」 가운데

 

자신과 딸의 슬픈 미래를 아는 주인공 루이즈는 그럼에도 딸과의 만남을 준비하게 될까요. 


2023.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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