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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팀 보울러(Tim Bowler)의 「리버 보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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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울러(Tim Bowler)의 「리버 보이 River Boy」를 읽고


매 작품 주인공으로 삶의 진한 통과의례를 경험하는 10대 청소년들을 등장시키는 영국 작가 팀 보울러(Tim Bowler, 1953)의 소설 <리버 보이 River Boy>입니다. 해리포터를 제치고 1997년 카네기 메달(Carnegie Medal)을 받은 명작으로 할아버지와의 사별을 마주하는 열다섯 살 소녀의 감성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 <리버 보이>는 시적이고 감동적인 줄거리와 죽음에 대한 존엄하고 고요한 묘사로 할아버지와 손녀의 사랑과 우정을 섬세하게 구현해 낸 작품이라고, 감히, 평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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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제스의 할아버지는 화가입니다. 그림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을 '무식한 인간'이라고 몰아세우는 자존심과 철학이 상당한 작가입니다.

 

"화가는 그림을 설명하는 게 아니다. 그림마다 독특한 생명이 있고, 자신만의 언어가 있어. 그림 그리는 것 자체로 충분히 힘들었다. 그런데 또 세상의 바보들에게 그 의미를 일일이 설명해야 되는 게냐!" _할아버지

 

어느 날 할아버지는 심장 발작을 일으키게 되고 병원의 만류에도 마지막 휴가를 위해 억지로 퇴원합니다. 고향에서 보낼 이번 휴가는 할아버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을 들이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챙겨갑니다.

 

그림 한가운데 신비한 강이 흐르는 섬뜩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림, 그동안 할아버지의 작품들과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그림입니다. 

 

 

 

할아버지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생전에 그림을 완성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무리해서 고향에 왔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점점 시들어가고 있어.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었던 일도 포기한 채 죽어가고 있어. 완성해야 할 그림이 있어..." _제스

 

강이 흐르는 휴가지에서 제스는 환상인 듯 실제인 듯 한 소년을 만납니다. 강이나 숲의 정령처럼 등장한 '리버 보이'는 할아버지 일로 슬퍼하는 제스를 위로해 줍니다. 그리고 그 소년은 마치 할아버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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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의 조언에 따라 제스는 기력이 없는 할아버지의 손이 되어 그림 완성을 돕습니다. 그림의 제목은 'River Boy', 그러나 완성된 작품 속에서 제스는 'Boy'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끝났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세 시간이 흐른 뒤였다. 두 사람 다 기진맥진했다. 여전히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며칠 뒤 별장을 찾은 할아버지의 고향 친구 알프레드 아저씨가 문득 그림을 '초상화'라고 부릅니다. 제스는 의아해하며 그림을 다시 봅니다. 가운데 강이 있는 풍경화는 할아버지의 얼굴임을 이제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얼굴은 제스가 강 상류 폭포에서 만난 '리버 보이'의 얼굴입니다.  

 

 

제스는 잠시 산책을 나간 사이 다시 심장 발작을 일으켜 급히 병원으로 실려간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정신없이 헤엄쳐 바다에 다다릅니다. 그곳에서 다시 정령 '리버 보이'를 만나고 소년이 제스에게 인사를 남기고 다시 떠났을 때 할아버지의 여정도 끝이 났음을 받아들입니다. 

 

날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여정이 끝났음을 알았다. 할아버지의 여정이 끝난 것처럼... 강은 끝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다는 말, 제스는 이제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손녀에게만은 더 없이 관대하고 크고 작은 비밀도 공유해 주던 할아버지는 정령 '리버 보이'로 제스를 위로하고 떠났습니다. 할아버지의 초상화이자 분신인 그림 '리버 보이'를 선물로 남겨둔 채 말이죠. '리버 보이'라는 아름다운 암시와 상징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듯합니다. 


2023.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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