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고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 1948)의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입니다. 전쟁에 참전한 여성, 전쟁을 목격한 여성 200여 명의 인터뷰 내용을 마치 소설처럼 써 내려간 작품으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들과 유사한 고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책 뒷표지에 적힌 글 "나는 이 책을 읽을 사람도 불쌍하고 읽지 않을 사람도 불쌍하고 그냥 모두 다 불쌍해..." 이 말이 정말 이 책에 딱 맞는 표현입니다.
이 책의 운명은 그리 순탄치 못했습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1983년 집필을 마쳤으나 2년 동안 출간되지 못한 채 수차례의 검열과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1985년 마침내 벨라루스와 러시아에서 동시 출간되는데 당시 소련체제에서 이러한 책이 출간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을 누구보다 두려워하고 또 좋아하지 않는 주제이지만 전쟁에 관한 글을 씁니다. 그것에 대해 이 책의 서론과도 같은 '사람이 전쟁보다 귀하다(일기장)'에서 풀어놓고 있습니다. 그녀의 집안 이야기에서부터 자란 마을의 분위기, 저자가 품고 살아온 여러 생각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죽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혐오와 두려움이 감춰져 있다. 여자는 생명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오랫동안 자신 안에 생명을 품고 또 생명을 낳아 기른다. 나는 여자에게는 죽는 것보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훨씬 더 가혹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_'사람이 전쟁보다 귀하다(일기장에서)' 가운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본문은 열 여섯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터뷰가 생생한 만큼 읽기 쉽지 않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시누이는 나보고 잔인하다고 했어... 여자도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도 전쟁터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는데... _본문 가운데
나는 벌을 받은 거야... 무슨 죄냐고? 아마 사람을 죽였기 때문 아닐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나이가 들어서는 부쩍 더 그래...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 그리고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지... 내가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_본문 가운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전쟁에 직접 참전하거나 가까이서 목격한 사람들은 정상적인 일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것이 여성인 경우는.
전쟁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왔습니다. 그 무엇보다 비참하고 잔인한 전쟁, 전쟁이 없이는 살 수 없는가는 인류의 오랜 수수께끼입니다.
2024.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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