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로스트: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 The Mystery of Edwin Drood」를 읽고
미스터리 작품의 결말을 미처 다 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작가, 완성하지 못한 작품에 대한 아쉬움은 작가보다 독자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유작 <로스트: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 The Mystery of Edwin Drood>에 대한 의견입니다.
찰스 디킨스는 1870년 이 작품 집필 도중 뇌출혈을 일으켰고 결국 이 작품은 미완으로 남습니다. 독자들에 따라 수시로 결말이 달라지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he Mystery of Edwin Drood>라는 표제 역시 찰스 디킨스 사후에 붙여진 것이라고 하니 작가가 의도한 제목과 결말이 무엇인지 모든 게 '미스터리'입니다.
<로스트: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의 주인공은 에드윈 드루드로 작품 중반쯤 실종됩니다. 또 한 명의 주요 인물은 교회 성가대 지휘자 존 재스퍼로 에드윈의 삼촌입니다.
차분하고 성직자 같은 떼까마귀를 관찰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새들이 해질녘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때 그들 중 두 마리가 갑자기 무리에서 벗어나 오던 길을 되돌아가 따로 자리를 잡고 서성인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_「로스트: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 1부」 가운데
사실 찰스 디킨스는 작품의 초반부터 에드윈 실종사건 용의자에 관한 암시를 곳곳에 심어 두고 있습니다. 실제 범인은 아무도,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말이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찰스 디킨스의 유작답게 미완성 작품이라 퇴고할 기회도 없었을 텐데도 구성에 빈틈이 없습니다.
에드윈 드루드가 실종되는 4부에 가면 유독 '이렇게 그는 뒤쪽 계단을 올라간다.'라는 표현이 여러 번 사용됩니다. 1부에서 되돌아가는 까마귀, 뒤로 돌아가는 두 사람과 유사한 이미지가 이어집니다. 제가 찰스 디킨스의 의도를 추리하는 탐정이 된 기분이네요.
이렇게 그는 뒤쪽 계단을 올라간다.
에드윈 드루드는 홀로 외로이 하루를 보낸다.
_「로스트: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 4부」 가운데
이렇게 그는 뒤쪽 계단을 올라간다.
존 재스퍼는 자신의 손님들보다 좀 더 기분 좋고 유쾌한 하루를 보낸다.
_「로스트: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 4부」 가운데
이 작품은 1985년 뉴욕에서 뮤지컬로 공연되던 당시 관객들의 투표에 의해 결말을 다양하게 만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럴듯한 추리 말고 뭔가 더 흥미로운 결말에 대한 욕심이 생깁니다. 찰스 디킨스와 독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소설입니다.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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