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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루시아 벌린(Lucia Berlin)의 「내 인생은 열린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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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벌린(Lucia Berlin)의 「내 인생은 열린 책 Evening in Paradise」을 읽고


소설집에 실린 단편 하나를 읽고나서 '너무 재밌다!'를 외친 책입니다.

 

미국의 단편소설가 루시아 벌린(Lucia Berlin, 1936-2004)의 1981년 작품집 <내 인생은 열린 책 Evening in Paradise: More Stories>입니다. 총 스물 두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모든 이야기가 나름의 위트와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루시아 벌린은 생전 문학계에 적잖은 영향력이 있는 작가였으나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사후 11년이 지난 2010년대에 비로소 천재 작가로 재조명됩니다. 작품들 역시 그후에 세계 곳곳으로 번역되어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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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넷을 홀로 키우는 이혼녀 클레어가 주인공인 표제작 「내 인생은 열린 책」에는 오지랖 넓은 뒷집 여자 제니 콜드웰이 '핵심인물' 역할을 합니다. 클레어의 집을 매일 엿보며 온갓 상황에 간섭하려 듭니다. 

 

그녀가 살고 있었을 때는 그 집이 더 잘 보였다. 창문들이 큰데도 클레어는 커튼을 달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망원경을 가지고 있다. _「내 인생은 열린 책」 가운데, 제니의 말

 

 

제니 콜드웰은 클레어가 10살 어린 케이시와 연애하는 것을 보고나서는 주변에 클레어네를 조심하라는 '경고'까지 하고 다닙니다.

 

어느날 클레어가 케이시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모임에 나가면서 사건이 벌어집니다. 갑자기 막내 조엘이 사라진 것인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제니 콜드웰은 이 '시트콤'의 연출자로 나섭니다.

 

누군가 곤경에 처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모두 힘을 합하는 걸 보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_「내 인생은 열린 책」 가운데, 제니의 말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클레어의 전화번호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돌리고, 경찰을 부르고, 교회에서 커피포트를 가져오고, 음료와 음식을 여기저기서 조달합니다. 조용한 시골마을에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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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집에 돌아온 클레어는 이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린이 실종 현장이라기보단 오히려 마을 파티현장 같습니다. 클레어의 전화번호부에 있는 모든 사람, 심지어 전남편과 그 가족까지 조화롭지 않게 모여있습니다. 

 

"<이것이 당신의 인생>에 온 걸 환영해!" 

 

막내 조엘과 클레어가 무사한 것에 대해 기뻐하는 사람은 오직 그의 연인인 케이시와 수녀들 뿐입니다.

 

망원경으로 클레어네를 끊임없이 훔쳐보던 제니 콜드웰과 마을 주민들의 모습에서 타인의 불행을 대할 때 은근한 기쁨을 느끼는 심리,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가 떠오릅니다.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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