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크리처(Naomi Kritzer)의 단편집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를 읽고
챗GPT를 통해 AI와 대화를 하고 나아가서는 정서적인 교감도 하는 시대입니다. 인간이 AI를 개발했지만 그들이 어디까지 학습하고 어떤 알고리즘까지 만들어낼지는 개발자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런 AI가 질문에 답을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직접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합니다.
미국 작가 나오미 크리처(Naomi Kritzer)의 2017년 작품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Cat Pictures Please>는 바로 그 가정을 소설로 쓴 작품입니다. 이 작품집에는 전체 17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는데 표제작인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에서는 고양이 사진 보는 것을 좋아하는 AI가 주인공이자 화자로 등장합니다.
우리는 강한 인공지능(AI)이 미래 사회에 미치게 될 부정적인 영향에 더 집중해왔습니다. 인류에게 위협이 될 존재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때조차 기술개발에 대한 환희보단 섬뜩함이 앞섭니다.
나는 사악해지고 싶지 않아요. 도움이 되고 싶죠. 하지만 도움이 될 가장 좋은 방법을 안다는 건 사실상 매우 골치 아픈 일이에요. 세상에는 소위 말하는 윤리적 흐름이라는 게 있는데... _「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가운데
정확한 판단을 넘어 올바른 판단에 대해 학습하는 일은 AI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과업입니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이 AI가 고양이 사진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처음 깨어났을 때 그것을 인식했다고 말합니다. 이미 기호가 있는 AI의 탄생, 으스스합니다.
처음 깨어났을 때,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바로 알았어요. (나는 고양이 사진을 원해요. 그러니 사진은 계속 찍어줬으면 좋겠네요.) 내게 의식이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또한 알았죠. _「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가운데
AI는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부럽지 않고 다만 그들의 고양이 사진만 원한다고 반복해서 언급합니다.
이 책에서 AI는 인간의 인터넷 사용 기록 등을 분석하며 그들의 성향, 소비패턴, 일상까지 모두 읽어냅니다. 그렇게 해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인데 나의 모든 것을 알고있는 AI, 편리하기만 할지 의문이 듭니다.
베서니는 일주일 정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 그녀가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 신용카드 청구서가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그녀가 그동안 엄청나게 쇼핑하러 다니면서... _「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가운데
나오미 크리처(Naomi Kritzer)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질문은 아마도 우리 모두가 품고있는 질문과도 같을 것입니다.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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