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라모스(Joanne Ramos)의 「베이비 팜 The Farm」을 읽고
대리모 시설, 외국인 신생아 보모 같은 오늘날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 일들을 다룬 시의적절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책, 필리핀 출신 미국 언론인이자 작가 조앤 라모스(Joanne Ramos)의 <베이비 팜 The Farm>입니다.
뉴욕주 북부에 위치한 가상의 대리모 시설 '골든 오크스'는 호스트로 불리는 대리모들을 위한 리조트입니다. 소설 <베이비 팜>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으로 의뢰인들은 최상위 부자들로 거액을 들여 이곳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습니다. 골든 오크스를 총괄하는 이는 중국계 혼혈인 메이, 호스트인 대리모 대부분은 필리핀인 등 유색인종, 의뢰인은 백인 부유층이라는 설정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베이비 팜>에는 여러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모두가 '돈'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놓고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돈을 벌기 위해 미국에 온 필리핀인 여성들은 2층 침대 여러 개가 들어찬 비좁은 합숙소에서 생활하는데 그곳에 아테라는 60대 여성은 신생아 수면 훈련에 탁월한 보모로 뉴욕 부유층들을 주 고객으로 삼고 적잖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몸이 좋지 않은 아테는 갓난 아기가 있는, 누구보다 돈이 절실한 젊고 착한 제인을 자신의 후임으로 눈여겨보다 자신이 일하던 집에 제인을 소개해주고 꼼꼼히 인수인계합니다. 첫 급여를 받은 날, 제인은 은행에서 복리에 대해 알게 됩니다.
돈이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은 제인에게 일종의 계시였다. 그전까지 꼭 닫혀 있던 문이 이제는 좁은 틈이나마 열린 것 같았다. 그녀가 조심만 한다면 그 큰돈이 차츰 저절로 불어서 일종의 요새가 되어 줄 터였다. _「베이비 팜」 가운데
사업 수완이 있는 아테에게 돈 버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다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불의의 사건으로 일자리를 잃은 제인을 '골든 오크스'에 소개한 것도 아테입니다.
"당신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다고 가정하면 집세 걱정 따위는 과거의 일이 될 거예요." "제가 어떤 사람을 돕는 건지도 알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지나치게 돈에 휘둘린다는 인상을 줄까 봐 레이건이 재빨리 덧붙인다. _「베이비 팜」 가운데
호스트 중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백인 여성ㅡ드물게도ㅡ 레이건이 있습니다. 그녀 역시 돈이 필요해 호스트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배운 사람답게 대리모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레이건에게도 돈이 중요하고, 돈을 위해 일하지만, 그런 인상을 주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베이비 팜>은 필리핀 출신 이주 노동자 제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들의 삶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런 일들이 소설속에선 일상처럼 벌어집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저자 조앤 라모스는 대리모 출산에 관한 윤리적 논쟁, 외국인을 입주 신생아 보모로 들이는 일 같은 것들이 비단 소설의 배경이 되는 미국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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