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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 「웃는 경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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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 「웃는 경관 Den Skrattande Polisen」을 읽고


스웨덴 범죄소설의 고전, '마르틴 베크(Martin Beck)' 시리즈 가운데 한 작품입니다. 1968년에 출판된 마이 셰발(Maj Sjowall, 1935-2020)과 페르 발뢰(Per Wahloo, 1926-1975)의 경찰 추리소설 <웃는 경관 Den Skrattande Polisen>입니다. 

 

마르틴 베크 경감은 소설의 주인공으로 매 시리즈에 등장합니다. '북유럽의 셜록 홈스'라고 해도 되겠지요.

 

<웃는 경관>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1967년 11월 13일 밤 11시 3분, 스톡홀름 시내를 달리던 이층 버스에서 발생한 집단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소설의 1부에서는 영화 스크린을 보듯 생생한 사건 묘사가 압권입니다.

 

멈춰 섰다. 엔진은 꺼졌다. 비가 버스의 금속 지붕을 시끄럽게 두드려댔다. 그곳은 스톡홀름이었다. _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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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스웨덴에 어울리지 않는 불특정 다수 살인사건의 범인은 아마도 '고소득 복지국가 북유럽'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담당 경찰들은 사건에 대한 심리학자의 보고서를 시큰둥하게 읽어 내려갑니다. 당연히 이런 잔혹한 범죄에는 범인이 '사이코패스'라는 추측이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자네의 심리학자들은 우리 대량 살인마의 성격이 어떻다고 말하나?" 콜베리가 말했다. _18부.

 

연구만 파는 심리학자보다 범인을 더 잘 안다고 자부하는, 짜증 섞인 경찰의 말투가 꽤 현실감 있게 느껴집니다.

 

 

수사에 '소금' 역할을 하는 경찰 뢴에 대한 설명입니다. 

 

뢴은 동년배 중 두드러지는 인물은 아니었다. 딱히 잘난 척할 마음도 없었다. 자신과 삶에 대체로 만족했다. 사실은 그런 특징 때문에 그가 유용하고 유능한 경찰이 되었다. _14부.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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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예상대로 '고소득 복지국가 북유럽'의 얼굴을 한 인물로 드러납니다. 그가 누구이며, 왜 범행을 했으며, 그토록 잔인하게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것은 소설 속에 남겨두고, 사건을 담당한 경찰 군발드 라르손의 범인에 대한 분노의 말이 적잖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옮겨봅니다.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건 바로 그 같은 작자들이야. 자기돈, 자기 집, 자기 가족, 그 잘난 사회적 지위 외에 다른 건 염두에도 없는 천박하고 비열한 놈들. 어쩌다 보니 떵떵거리고 살게 되었다고 해서 남들을 마구 부려도 된다고 생각하지." _30부. 

 

오르한 파묵의 소설 <빨강머리 여인> 속 주인공 젬이 떠오릅니다. '가장 공부를 많이 한 조수', 그 조수 젬은 무엇보다 자신의 삶이 가장 소중한 인물입니다.

 

 

범죄소설의 고전답게 <웃는 경관>은 이야기의 흐름이 끊길 틈이 없습니다. 흥미로운 실마리가 나왔다가도 다시 사라지고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곳에서 굉장한 단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소설의 제목이 <웃는 경관>인 것도 그 때문인 듯 보입니다. 

 

마르틴 베크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수화기를 든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_30부.

 

끝까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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