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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구토」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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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구토 La Nausee」를 읽고


실존주의 사상을 대표하는 20세기 프랑스 지성,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가 30대 초반이던 1938년 발표한 철학 소설 <구토 La Nausee>입니다. <구토>는 사르트르가 쓴 최초의 소설로 사르트르 스스로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작품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철학 교사 로캉탱으로 사르트르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역사적 인물인 로르봉 후작을 연구하기 위해 해안가에 체류하던 로캉탱은 자갈을 줍다 구토증을 느끼고, 그 정체를 밝히려고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도서관, 카페, 공원을 다니며 나날을 보내던 로캉탱은 마침내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의 맛, '구토'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이후 로르봉 후작 연구는 집어치우고 존재하지 않는 것에 관한 소설로 방향을 옮겨갑니다. 

 

'존재의 우연성'을 주제로 한 <구토>는 사르트르 사상의 실마리가 되는 실존주의를 형상화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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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시큼한, 일종의 구토증이었다. 그 얼마나 불쾌한 것이었던가! 그것은 조약돌 탓이었다. 확실하다.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손아귀에 담긴 일종의 구토증. 

 

<구토>의 주인공 로캉탱은 너무 날카롭게 주의를 기울인 나머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일기 쓰기의 위험성을 자각하며 '구토'의 실체를 찾기 위한 일기를 써나가기로 합니다. 일기에 진실을 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로캉탱은 '사람이란 사실을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얼마나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라며 비꼬듯 경탄합니다.

 

이 말이 얼마나 진실한지! 

 

 

부빌의 미술관에서 로캉탱은 자품들 속 인물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부르주아의 위선, 진정성이 결여된 그림 속 이야기들, 그것들에 안녕을 고하며 미술관을 빠져나옵니다. 

 

우리의 자존심이여, 우리의 존재 이유여 안녕, '더러운 자식들'이여 안녕. 

 

그리고는 더 이상 로르봉 후작에 대한 책을 쓸 수 없게 됩니다. 로캉탱은 이제 무엇을 하고 지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부딪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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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는 이제 그가 즐겨 다니던 카페, 벽 위, 멜빵, 온갖 주위에서 느껴집니다. 사람들이 많이 있고, 또 밝은 카페는 로캉탱의 유일한 피난처였는데 이제는 그 피난처조차 없어진 것입니다. 구토는 로캉탱의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로캉탱이 구토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더러운 자식들'은 존재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나는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 권리이니까." 나는 존재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나는 생각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손가락이 일어선다. 나는...

 

실존을 자각한 순간 시작된 '구토', 이제 실존은 모든 것으로 확장됩니다. 

 

 

<구토>에서 로캉탱이 쓴 어느 화요일의 일기가 뇌리에 꽂힙니다.

 

아무 일도 없다. 존재했다.  

 

로캉탱은 '구토'를 지연하기 위해 쓴다고 말합니다. 펜을 놓고 싶지 않은 사르트르의 분신 로캉탱은 머리에서 생겨나는 일을 쓰기로 합니다. 다시는 역사에 관한 논문 따위 쓰지 않고 한 권의 소설을 쓰기로 합니다. 

 

그때 아마도 나는 그 책을 통해서, 나의 생활을 아무 혐오감 없이 회상할 수 있으리라. 아마도 그 어느 날, 이 음울한 시간을 분명히 회상하면서, 나는 아마 가슴이 더 빨리 뛰는 것을 느끼며,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은 그날, 그 시간이다"라고 말할 때가 오리라. 그리고 나는 나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 소설이 바로 <구토>인 것일까요. 사르트르의 철학을 이해할 수준은 아니지만 실존에 대해 '느끼'는 법을 로캉탱을 통해 배웁니다. 실존은 구토를 유발한다?! 음. 

 

사르트르가 <구토>에서 무의미한 대화들만 주고 받는 인간의 비진정성을 언급한 부분이 몇 군데 나오는데 특히 '독서광'에 관한 에피소드에서는 지식만 가득한 인간의 교만을 볼 수 있습니다. 제게도 있는 그 모습을 말이죠.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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