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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내 마음의 낯섦」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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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내 마음의 낯섦 Kafamda Bir Tuhaflik」을 읽고


마음은 단 한순간도 동일하지 않고, 같은 상황이라고 같은 마음이 반복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준 작품입니다. <내 마음의 낯섦 Kafamda Bir Tuhaflik>, 튀르키예어로 번역기를 돌려보니 '내 머릿속의 낯섦'이라고 출력됩니다. 탁월한 표제입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튀르키예의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의 2013년 작품으로 오르한 파묵은 이 책을 자신의 첫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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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도입부를 읽어나가다보면 떠오르는 성경 속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야곱의 결혼인데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을 좋아했지만 라반의 속임수로 그 언니인 레아와 먼저 결혼하고, 14년 후에 다시 라헬과 결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내 마음의 낯섦>의 주인공 메블루트는 사촌 형 결혼식에서 본 여자에게 반하고 3년 넘게 서로 편지를 주고받다 드디어 그 여자, 라이하를 데리고 야반도주합니다. 도둑결혼이죠. 그런데 같이 달아난 라이하는 그때 본 사람이 아닙니다. 

 

메블루트는 함께 도망친 여자애의 얼굴을 다시 한번, 완전히 집중하여 가까이 바라보았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은 그 애의 언니였다... 마치 자기 마음속의 그 낯설음이 덫이 된 것만 같았다. _「1부. 1982년 6월 17일 목요일」 가운데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부끄러움에 그 여자애를 다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됐을까요.

 

 

보자(튀르키예 음료)를 파는 일을 하는 메블루트는 라이하인줄 알았던 라이하와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낳고, 아내와 다투기도 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자신이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다고 여긴 라이하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여동생과 잘 지내는 모습조차 시기하며 불행한 나날들을 보냅니다.

 

"당신은 내가 죽고 사미하와 결혼하면 더 행복하겠지." _「5부. 1994년 3월부터 2002년 9월까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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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은 <내 마음의 낯섦>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 초반 튀르키예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떠했는지 소설 전반에 걸쳐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언니를 두고 여동생을 먼저 보내지 않는 것, 지참금 없이 여성을 몰래 데려와 결혼하는 것, 언니 사후 여동생과 다시 결혼하는 것 등 오늘날의 시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그려집니다. 오르한 파묵이 이 작품을 '페미니스트 소설'이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메블루트를 속인 장본인은 훗날 라이하가 사미하보다 메블루트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변명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말이 진실이건 아니건 결국 옳았다는 게 드러납니다. 살면서 <내 마음의 낯섦>을 우리가 얼마나 수없이 경험하는지, 그리고 내가 아는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더 정확할 때가 또 얼마나 많은지, 지나고 보면 알게 됩니다.

 

그래서 오르한 파묵이 이 책 첫 문장을 이렇게 적었나 봅니다.

 

"이 책은 보자와 요쿠르트를 파는 메블루트 카라타쉬의 삶과 환상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삶이라 일컫지만 어쩌면 환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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