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테 카란사(Maite Carranza)의 「독이 서린 말 Palabras Envenenadas」을 읽고
책의 표제만큼이나 끔찍하고 참혹한 이야기 <독이 서린 말 Palabras Envenenadas>입니다. 잔혹, 잔인이라는 단어는 이 작품을 묘사하는데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소설의 저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 마이테 카란사(Maite Carranza, 1958)로 1998년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아동 납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썼습니다. 2010년 출간된 <독이 서린 말>은 이듬해 스페인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독이 서린 말>은 네 명의 등장인물, 살바도르 로사노, 누리아 솔리스, 바르바라 몰리나, 에바 카라스코가 번갈아가며 1인칭 화자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서술방식은 인간이 얼마나 자기 위주로 사고하는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소통에 소극적인지를 잘 드러내줍니다.
소설의 1부 프롤로그는 주인공 바르바라 몰리나의 목소리로 채워집니다.
나의 열아홉 번째 생일은 다른 여느 생일과 똑같다... 그렇지만 그리움과 추억, 행복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동반되는 생일초는 생략했다. 부질없는 짓이다. _「1부. 미드 <프렌즈>를 즐겼던 소녀」 가운데
어느해보다 기쁘고 축하받아야 할 19세 생일에 극도의 무력감과 냉담함을 내비치는 바르바라 몰리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바르바라 몰리나는 4년전4년 전 실종된 아동으로 곧 퇴임을 앞둔 사건 담당 경찰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미제 사건'의 주인공입니다. 바르바라의 엄마 누리아 솔리스는 4년 전 딸이 사라진 후 모든 것을 놓아버렸습니다.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누리아는 '구천을 헤매는 영혼처럼 서성거리며' 돌아다닙니다.
그녀는 영원히 고통받는 끔찍한 벌을 받고 있다. 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만 알 수 있다면, _「1부. 미드 <프렌즈>를 즐겼던 소녀」 가운데
'그'라고만 지칭되는 남자에 의해 납치된 바르바라는 지하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그'는 소위 가스라이팅을 통해 바르바라를 통제합니다. '그'가 내뱉는 <독이 서린 말>은 수년에 걸쳐 바르바라의 영혼과 육체를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독자로서 소설을 읽는 동안 가장 읽어내기 어려웠던 부분도 그 '독이 서린 말'들입니다.
바르바라는 '그'가 변덕스러운 신처럼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자신을 용서하고, 일상을 조금씩 되돌려 주며 즐겼다고 말합니다. 가끔 '그'가 몇 주씩 말도 걸지 않을 때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깨질 지경입니다.
죽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나는 4년 전부터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_「1부. 미드 <프렌즈>를 즐겼던 소녀」 가운데
<독이 서린 말>은 범인이 대체 누구인지, 바르바라는 과연 구출될 수 있을지를 놓고 4명의 인물들의 목소리를 퍼즐처럼 맞춰나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바르바라의 납치 실종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그리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수많은 단서들이 드러납니다.
서로 '대화'를 해봤더라면, '말'을 걸어봤더라면, 그런 아쉬움이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곳곳에.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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