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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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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을 읽고


대중에 잘 알려진 시 「정든 유곽에서(1977)」로 등단한 이성복(李晟馥, 1952)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입니다. 시인의 이름이 한자로 쓰여있어 책날개를 보고서야 한글이름을 확인합니다. '밝을 성', '향기 복', 둘 다 획수가 많은 글자네요. 제게 대부분의 한자는 '알듯말듯'한 문자입니다.

 

<그 여름의 끝>은 1990년에 나온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2년전 그룹 BTS의 한 멤버가 SNS에 시집 표지를 올리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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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가 서러운 것은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하면 서러움이 나의 사랑을 채우리라 _「숨길 수 없는 노래 2」 가운데

 

「숨길 수 없는 노래」는 1편부터 4편까지 연작 시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슬픔, 서러움, 울음, 쓸쓸함 등이 <그 여름의 끝>을 채우고 있습니다. 인간의 가장 연약한 정서, 그렇지만 가장 기반이 탄탄한, 웬만해선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감정들입니다.

 

 

며칠 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눈물 흘리는 짐승들이 슬퍼졌기 때문입니다 ... 한참을 토하다 고개 들어보니 입가에 피범벅을 한 세상이 어그적어그적 고기를 씹고 있었습니다 _「易傳 1」 가운데

 

또 다른 연작시, 1편부터 3편까지 수록된 「易傳」입니다. 이 한자는 '바꿀 역', '전할 전', 그러니까 운동경기에서 사용되는 역전과는 다른 의미인데.. 한자사전에는 <역경(易經)>을 주석한 책 이름이라고도 나오네요.

 

한자 뜻풀이 하느라 시의 본문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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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연작시, 1편부터 5편까지 수록된 「편지」입니다. 시집 <그 여름의 끝>에는 유독 연작시가 많습니다.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다고 나는 말했지요 // 영락없이 우리에게 버려진 것들은 / 우리가 몹시 허할 때 찾아와 몸을 풀었지요 / 그곳에 다들 잘 있느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 염려 마세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답니다 _「편지 3」 가운데

 

이 시에서 '어쩔 수 없이'라는 표현이 읽으면서도 마음에 걸리고 이후에도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평소에 자주 쓰는 표현인데 이렇게 쓰이니 어딘가 그 표현 주변으로 서글픔이 맴돕니다. 

 

한자사전에 '어쩔 수 없이'를 검색하니 '불획이(不獲已)', 마지 못하여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한자가 영어보다 익숙지 않은 것은 단지 투자한 시간이 적기 때문일까요.

 

한자의 깊이감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준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이었습니다.  끝.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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