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폴 영(William Paul Young)의 「갈림길 Cross Roads」을 읽고
캐나다의 소설가 윌리엄 폴 영(William Paul Young, 1955)의 2012년 작품 <갈림길 Cross Roads>입니다. 표제에서 암시하듯 이 책은 기독교 소설입니다. 윌리엄 폴 영은 수련회에서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해서 11일 만에 완성해 냅니다.
<갈림길 Cross Roads>의 주인공은 40대 중반의 성공한 사업가 앤서니 스펜서(Anthony Spencer, 토니)입니다. 고통스럽긴 하지만 예측이 가능한 '익숙한 불행'이 더 낫다고 여기는 그에게 행복이란 의미 없는 감정 나부랭이에 불과합니다. 그에게 배려는 성가신 일이고 친구를 만나는 것 역시 손해가 뻔한 투자입니다.
어느 날 주차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토니는 두부 외상과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그리고 생과 사의 중간 세계로 들어가게 된 토니는 그곳에서 신, 예수, 성령과 차례로 대면하며 자신의 영혼을 깊이 탐구해나가게 됩니다.
영혼이라는 집 내부는 웅장하지만 참으로 연약하기 때문에 영혼의 집을 이루는 벽과 토대에 스민 배신과 거짓말들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집의 구조를 맘껏 변형시킨다.
예수와 대화하는 토니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당신은 잉태된 그날부터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건 아주 복잡한 얘기예요. 일단 지금 당신이 이해해야 할 것은, 당신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삶에 대한 개념을 축소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서로 다른 두 세계, 우리 인간이 발 딛고 사는 세상과 진실과 완전함으로 이루어진 세계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 토니는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갈림길 Cross Roads>의 18장에는 시 한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갈림길에서 당신을 만났지요 / 하나의 길이 또 하나의 길과 만나는 곳 // 당신을 떠날 생각은 없었어요 /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 단지 난 다른 곳을 보고 있었고 / 의미 없는 말들을 했을 뿐이죠 _「갈림길에서」 가운데
누구나 한번은 반드시 서게 될 '갈림길', 그리고 크고 작은 선택이 순간으로서의 갈림길, 이 책은 그곳에 선 앤서니 스펜서를 통해 우리에게도 찾아올 갈림길을 보게 합니다. 또한 인간의 영혼이 얼마나 위대한가, 영혼을 통해 우린 세상을 보는 눈을 얻고 세상을 변화시킬 힘도 얻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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