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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이병률 시인의 시집 「찬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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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의 시집 「찬란」을 읽고


시인 이병률(1967)의 2010년 작품집 <찬란>입니다. 

 

시집 목차를 보다가 동물들에 관한 작품이 몇 개 보여 관심이 생겼습니다. 「햄스터는 달린다」, 「고양이가 울었다」, 「유리병 고양이」가 그것인데 햄스터와도 살아봤고 현재는 고양이와 살고 있는 제게 이들에 관한 시는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혹여 시를 통해 알 수 있을까 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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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사는 고양이를 노래하는 시 「고양이가 울었다」입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동네 골목에 살았다 / 검은 비닐봉지와 살았다 // 검은 봉지 부풀면 그것에 기대어 잠들었고 / 검은 봉지 위로 빗물이 떨어지면 / 그것을 핥아 먹으며 살았다 // 어느 날 검은 봉지가 사라졌다 _ 「고양이가 울었다」 가운데 

 

시에 나오는 고양이는 어릴적부터 애착하던 검은 봉지를 잃고 울다가, 봉지를 찾아 헤매다가, 아프기까지 합니다. 고단한 길 생활에 유일하게 의지했던 검은 봉지는 고양이의 분신과도 같습니다.

 

제 고양이도 새로운 장난감보다 너덜너덜 실밥이 풀린 오래된 리본끈을 더 좋아하는 심지어 가끔은 잘 때도 리본끈을 품고 잡니다. 리본이 끊어져서 꿰매고 있으면 장난도 치지 않고 옆에 가만히 앉아 쳐다보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신은 / 엄지손가락 하나가 없다 // 당신 때문에 내가 열인 것을 알겠다 // 사람들은 얼굴이 둥글게 태어났다 / 무심히 얼굴이 네모진 사람만 빼면 / 사람들은 모두가 착하다 / 무심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빼면 // 우리들은 누구나 죽는다 / 생몰년 뒤에 ? 표시를 한 사람을 제외하면 _「무심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가운데

 

다름은 비교를 전제로 한다는 자각을 하게하는 시입니다. 무심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다름을 보아 넘기자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특히 '생몰년 뒤에 ? 표시를 한 사람'이라는 시구가 괜히 마음에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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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찬란>의 표제작 「찬란」입니다.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 다 찬란이다 _「찬란」 가운데

 

'찬란'을 사전에서 찾아봅니다. 1) 빛이 번쩍거리거나 수많은 불빛이 빛나는 상태 또는 그 빛이 매우 밝고 강렬하다, 2) 빛깔이나 모양 따위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3) 일이나 이상 따위가 매우 훌륭하다, 4) 감정 따위가 매우 즐겁고 밝다.

 

우리 삶을 한 단어로 통찰해 낸다면 '찬란'이라는 용어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시집 첫 페이지 '시인의 말'에 적힌 문구가 지난 어느 날의 제 마음과 같아 추억도 되고 지금의 제 모습을 자각하게도 합니다. 

 

불편하지 않은 것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마음에 휘몰아치는 눈발을 만나지 않는다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리니 _2010년 2월 이병률


2024.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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