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Homeros)의 「오디세이아 Odysseia: 10년간의 귀향 모험담」를 읽고
고대 그리스의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올림포스 신들과 영웅이 엮어내는 장엄한 서사시, 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세기)의 <오디세이아 Odysseia>입니다. <일리아스 Ilias>가 트로이 전쟁의 진행과정을 그린 작품이라면 <오디세이아>는 전쟁 후 트로이의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모험담입니다. 고대 그리스 영웅 서사시 두 편 중 <일리아스>를 전편, <오디세이아>를 후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 속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지혜의 신 아테나, 인간의 운명을 쥔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의 여러 신들이 등장하며 다채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판본은 방대한 <오디세이아> 원전의 내용을 사건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하고 서사시 형식을 읽기 편한 산문 형식으로 풀어쓰고 있습니다.
<오디세이아>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트로이 전쟁 후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늦어지면서 구혼자들에게 여러 고통을 당하는 이야기, 두 번째는 오디세우스가 귀향 중 겪은 모험담ㅡ올림포스 신들이 대거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 에피소드들, 세 번째는 오디세우스가 귀향해 그의 아내와 아들을 괴롭히던 무리들을 처단하고 왕위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부분입니다.
트로이 전쟁 후 모두가 고향으로 귀환했지만 오디세이아는 님프 칼립소에게 붙잡혀 이타케로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들이 정해준 운명의 시간이 되어서야 마침내 아내와 아들을 만나러 귀향길에 오릅니다.
시련에서 벗어나지도, 사랑하는 가족들 곁으로 가지도 못했지만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뀌어 어느덧 오디세우스가 신들이 정해준 고향 이타케로 돌아갈 운명의 시간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신화는 '운명', 그러니까 신의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묵묵히 신의 결정을 기다리는 오디세우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디세이아>의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제외한 본문 대부분은 올림포스 신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 가운데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인 늙고 못생긴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가 아름다운 아내 아프로디테로 인해 속 끓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와 만나던 근사한 외모의 아레스를 손수 제작한 그물로 급습해 잡은 후 올림포스 신들에게 일러바칩니다. 올림포스 신들은 아레스에게 죄를 묻는 것과는 별개로 아프로디테와 한번이라도 만나볼 수만 있다면 모두에게 수치를 당해도 좋겠다는 소리들을 해댑니다.
역시 미의 여신인 것인가요.
"지금보다 세 배나 더 많은 사슬이 나를 옭아맨다 할지라도, 그리고 신과 여신들이 그 광경을 다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황금의 아프로디테 옆에 누울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_아폴론과 헤르메스의 대화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는 영웅들의 서사시라고 하지만 결국은 연약한 존재들의 실패와 좌절, 배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위기를 딛고 일어나는 인간적인 이야기입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듯합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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