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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나렌드라 자다브(Narendra Jadhav)의 「신도 버린 사람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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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자다브(Narendra Jadhav)의 「신도 버린 사람들 Untouchables」을 읽고


인도 사회의 비인간적인 카스트 제도, 그리고 카스트에도 속하지 못하는 최하위 신분인 '불가촉천민(Untouchables)'에 대해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가슴속에서 불의에 항거하는 뜨거움ㅡ미 일간지 트리뷴(Tribune)'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 불가촉천민 계급(Dalit, 달리트)으로 태어난 인도의 경제학자 나렌드라 자다브(Narendra Jadhv, 1953)의 회고록 <신도 버린 사람들 Untouchables>에는 3대에 걸친 그의 가족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자유를 몰라서가 아니라 차별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인도 불가촉천민의 삶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카스트 제도의 잔인함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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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렌드라 자다브는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IMF와 인도준비은행에서 일했습니다. 인도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차기 대통령으로도 거론되는 그는 듣기 불편하겠지만 '인도의 살아있는 영웅'으로 불립니다. 이유는 그가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이기 때문이죠. 

 

내가 뭘 하든, 어디를 가든, 어떤 성공을 거두더라도 나는 불가촉천민일 것이다... 그래서 뭐 어떻다는 말인가? 나는 내 힘으로 존엄성을 입증하지 않았던가? 왜 아직도 내가 태어난 카스트가 거론되어야 하는가? _「4부. 내 존엄성은 내가 입증한다」 가운데

 

이 말에 그릇된 표현이 하나도 없습니다. 입증된 존엄에 대해 카스트를 거론하는 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사람들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영웅'이라는 수식어도 그래서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렌드라 자다브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신 분으로 소개됩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아들, 공부를 계속하고자 하는 아들을 아버지는 이렇게 격려합니다. 

 

"누구의 말도 들어서는 안 돼.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다만 뭘 하든 최고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는 박사학위는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셨다. 운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박사학위를 비유한 최고의 표현이었다. _아버지의 말씀 가운데

 

아버지의 말처럼 나렌드라 자다브는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경제학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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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에는 네 명의 화자가 등장합니다. 나렌드라 자다브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 딸입니다. 어머니가 화자로 나선 '3부 권리를 구걸하지 말고 투쟁하라'편에서는 종종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데 모든 상황을 그저 '신의 뜻'으로 여기고 변화조차 포기해 버리는 그들의 나약함과 무기력함 때문입니다. 신앙과 신념이 중요하지만 이것이 과연 신의 뜻일까요. 

 

힌두교를 저버리는 것은 영혼의 죽음과 같을 것이다. 이슬람이나 기독교, 유대교 신자들을 좋아하고 존중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종교를 포기하고 그들을 따라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다른 종교를 믿는 게 신의 뜻이었다면 우리를 그 종교 안에서 태어나게 하셨을 것이다. _「3부. 권리를 구걸하지 말고 투쟁하라」 가운데

 

책에는 중간중간 엽서만한 크기의 메시지 카드가 꽂혀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를 소개해봅니다. 

 

나는 성공이란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거라 생각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란 없다. 누구나 내면에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동화 '미운오리새끼'처럼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도의 계급사회 안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미운 오리새끼라고 생각하고 생을 낭비하는 수백만의 백조가 있다 _나렌드라 자다브

 

인도 사회 수백만의 백조들이 너무 늦지않게 자신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길 바랍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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