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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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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 And the Mountains Echoed」를 읽고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1965)가 2013년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 <그리고 산이 울렸다 And the Mountains Echoed>입니다. 저자는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로 이주했고 1980년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가난 때문에 이별하게 되는 남매를 주인공으로 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60년 역사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프가니스탄의 가족들, 특히 혹독한 겨울에 열악한 환경으로 많은 이들이 죽음에 이르는 벽촌의 단출한 가족, 상상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가족, 절망의 희생자가 되는 가족,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이런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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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체 9장으로 구성됩니다. 1장의 배경은 1952년 가을, 아프가니스탄의 시골 마을입니다. 열 살인 압둘라와 세 살인 파리 남매에게 아버지 사부르는 농부 아유브와 악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파리는 내일이면 아버지와 멀리 여행을 떠나야 합니다. 

 

그래, 얘기를 해달라니 해주마. 그러나 딱 하나만이다. 너희 둘 다, 더 해달라고 하면 안 돼. 날이 저물었잖니, 파리와 나는 먼 길을 가야 한다.

_「1부. 1952년 가을」

 

어느 가을 저녁, 동화를 들려주는 아버지 옆에 앉은 열 살 소년과 세 살 소녀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동화 속 악마가 농부 아유브에게 하는 말이 마치 <그리고 산이 울렸다>의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는 주제와도 같습니다. 

 

아유브가 말했어 "너는 잔인한 짐승이야." 악마가 대답했어. "네가 나처럼 오래 살았다면, 잔인함과 자비심은 똑같은 색상의 음영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거다."

_「1부. 1952년 가을」

 

 

파리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아버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카불(Kabul)로 갑니다. 압둘라도 수레를 따라갑니다. 웅장하고 근사한 집으로 들어선 그들을 와다티 내외가 맞이합니다. 도시 사람인 와다티 부인은 벽촌에서 온 그들을 위로라도 하듯 시골에 대해 속없는 말을 합니다. 

 

"도시가 지겨워져요. 나는 늘 시골이 좋았어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카리아(작은 마을)들 말이죠. 그런 게 진짜 아프가니스탄이죠." 아버지는 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골 사람들이 더 진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요. 그들에게는 건강함이 있어요."

_「2부. 1952년 가을」

 

시골에서의 삶을 선망하듯 말하는 도시 사람의 철없음과 자만이 묻어납니다. 형편이 어려워 세살배기 딸을 팔러 온 사부르, 와다티 부인이 과연 진짜 아프가니스탄의 처절함을 상상이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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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는 그날 사랑하는 여동생 파리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마을에선 아무도 파리에 대해 묻지 않았고 파리는 조용히 그들의 삶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버지는 그때 말했었다. 더 이상 울고불고하면 안 된다. 울지 마라. 용납하지 않겠다.

_「2부. 1952년 가을」

 

누구보다 울고 싶었을 아버지 사부르는 압둘라를 더 엄하게 대할 뿐입니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 9부는 60여년이 흐른 2010년 겨울의 이야기입니다. 압둘라의 아들이 할아버지에 대해 묻습니다. 딸을 팔았을 때, 할아버지가 슬퍼했냐고. 압둘라는 그의 아버지 사부르가 매우 단단한 사람이었고 슬픔을 아주 잘 숨기는 분이라고 대답합니다. 딸을 팔아야만 했던 아버지, 그 감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노년의 파리와 압둘라가 재회합니다. 파리에게서 아버지를 본다는 압둘라의 독백이 시처럼 고요하게 흐릅니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끈끈한 가족애를 일흔이 다 된 압둘라의 입을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나는 파리를 볼 때마다 늘 아버지를 보게 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녀는 나의 혈육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갑작스러운 행복감이 몰려온다. 나의 눈이 고마움과 희망으로 축축해진다. _「9부. 2010년 겨울」

 

할레드 호세이니는 산이 많은 아프가니스탄의 지형에서 영감을 얻어 <그리고 산이 울렸다>라는 제목을 뽑았다고 합니다. 산에서 모든 소리가 되울려 돌아오듯 모든 이야기는 메아리처럼 결과로 돌아오고, 이 책 역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아프간은 전쟁이 잦은 나라, 가난한 나라, 위험한 나라 정도가 전부인데 그곳에도 가족이 있고 사랑이 있다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산이 울렸다>는 저자의 바람대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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