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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장 주네(Jean Genet)의「도둑 일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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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주네(Jean Genet)의 자전적 소설 「도둑 일기 Journal du Voleur」를 읽고


'작가가 된 도둑', 프랑스 작가 장 주네(Jean Genet, 1910-1986)의 자전적 소설 <도둑 일기 Journal de Voleur>입니다.

 

장 주네는 생후 7개월에 어머니로부터 유기되어 파리 빈민 구제국에서 자랍니다. 초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직업학교에서 잠시 인쇄술을 익히지만 정규 교육은 더 이상 받지 못했습니다. 10대 중반부터 절도, 무임승차, 부랑죄 등으로 교도소를 수시로 들락거렸으며 감옥에서 쓴 소설로 장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장 콕토의 관심을 끌고 예술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와도 교제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장 주네는 초등학교 수준의 학력으로 천재적인 집필 실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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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도둑 일기>는 어떤 교훈이나 감동을 기대할 수 없는, 기대해서도 안 되는 작품입니다. 기독교적 개념으로는 율법이 아닌 '은혜'의 시각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읽히는 책입니다. 도덕적 잣대는 잠시 밀어두고 문학작품으로만 바라봐야지 뭔가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어딘가로 휘말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꽃과 죄수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나는 사랑 때문에, 사람들이 악이라고 부르는 것을 향해 모험을 계속해 왔고, 그 때문에 감옥에까지 가게 되었다. 

 

 

사생아로 태어나 유일한 핏줄인 어머니에게서도 버림받은 장 주네는 <도둑 일기>에서 어머니에 대한 본능적 그리움을 드러냅니다. 어느 가로등 밑에서 만난 슬픈 표정을 하고 구걸하던 노파, 겉모습에서 그녀가 출소한 도둑임을 알아채고 자신의 미래와도 같은 노파의 모습에서 혈연을 직감합니다. 

 

내 마음속에서, 내 영혼 언저리에서, 조금 전 만난 노파가 혹시 나의 어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밀려왔다. 나는 어머니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늙은 도둑이 바로 내 어머니이기를 바랐다. 

 

 

장 주네는 이 책 <도둑 일기>에 대해 '불가능한 무가치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가난한 생활이나 징역살이한 범죄를 아름다움으로 묘사하고 있는 소설의 내용이 숱한 암시로 이루어져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물건뿐만 아니라 글을 훔치는 데도 탁월한 재능이 있는 '글 도둑' 장 주네는 어리석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 내가 다루는 것은 불행의 철학이 아니다. 오히려 그와 정반대다. 나 자신이 향하고 있는 교도소, 즉 내가 세상과 정신의 장소라고 부르는 곳이 내게 당신들의 명예나 축제보다 더 큰 기쁨을 제공해준다. 

 

솔직히 지금의 저는 알 듯, 모를 듯, 잘 모르겠습니다.. 장 주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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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마음속의 법정

신성: 하느님과의 결합

 

신성은 법정의 기능이 정지될 때 비로소 존재할 것이다. 이를테면 재판관과 재판을 받는 자가 서로 결합할 때 발생한다. 나는 재판관이나 피고가 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신성을 가진 사람, <도둑 일기>의 주인공 장 주네 자신을 말하는 것일까요. 

 

죄인이나 죄를 저지른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자는 분명 자기의 특이성을 사회에 빚지고 있다. 사회가 그 사실을 인정하고 또 그것을 죄라고 단정한 이상 그렇다. 나는 사회와 대립하기를 원했지만, 그보다 앞서 사회는 내게 유죄를 선고했다. 

 

장 주네를 정신적으로 지탱해 주던 이들은 프랑스 전역, 때로는 외국에까지 흩어져 있는 함께 도둑질을 했던 동료들입니다. 어느 도시에서 홀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그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도둑 일기>에서 그는 형제와도 같은 그들에 대해 '그들이 활동하고 있고, 어느 그늘 밑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면 나는 행복하고 마음이 차분해진다'라고 말합니다. 

 

 

 

어두운 이력을 지닌 작가 장 주네를 비난하는 사람은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당시 일부에서는 그를 비겁자, 배반자, 도둑놈, 남색가라고 비난했으며 스스로도 그 사실을 인정합니다. <도둑 일기>에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쓰레기, 추악한 자, 더러운 것에 익숙한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이르는 동안 가슴이 메어지는 고통을 얼마나 겪어 왔던가 라며 회고합니다. 

 

나는 자유자재로 생각할 수 있는 언어의 덩어리에 구멍을 내고 조탁할 필요성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내 언어로 나 자신을 비난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위로하거나 존재를 긍정할 수도, 삶을 부정할 수도 없는 장 주네의 분열을 <도둑 일기>에서 온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직 장 주네만이 자신을 비난할 수 있겠지요.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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