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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존 그린(John Green)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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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린(John Green)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Turtles All the Way Down」를 읽고


불안과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이 어떤 내적 갈등을 겪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하는 작품입니다. 미국 작가 존 그린(John Michael Green, 1977)이 2017년 출간한 소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Turtles All the Way Down>입니다.

 

주인공 에이자 홈스는 극도의 불안과 강박장애에 시달리는 16세 소녀로 생각의 소용돌이에 갇혀 힘겨운 매일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에이자를 괴롭히는 공포는 다양한데 세균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심합니다. 차츰 심해지는 증세로 남자친구와의 스킨십도 어려워지고 손 세정제를 마시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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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더해 에이자는 자신의 존재가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에도 휩싸입니다.  

 

내가 소설 속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을 때...

 

에이자에게는 남자친구 데이비스가 있습니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함께 같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며 누구보다 외로울 에이자는 데이비스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마주 보는 것은 누구하고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세상을 보는 사람은 흔치 않다. 

 

 

"종은 언제 울릴지 누가 정해?" "점심시간을 37분으로 정하는 일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이런 일이 정해지고 난 거기에 따라 살아야 하잖아. 다른 사람이 짜 놓은 계획표에 따라서 사는 것 같아."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과 강박증세를 이보다 멋지게 비유할 수 없을 듯합니다. 내가 아무것도 주도하지 못한다는 무력감, 에이자는 늘 자신을 염려하는 엄마에게 에둘러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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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자는 자신의 불안과 강박증세를 '나선형의 조여듦'으로 표현합니다. 우울증 역시 나선형의 생각 고리로 묘사되는데 적절한 설명입니다. 목적지도 없고 출발지도 없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에이자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렇게 2분이나 5분이 지나면 다시 이런 생각이 들어. 잠깐만 내가 고름을 다 빼냈나? 고름이 있기는 한 거야? 아니면 그냥 땀이었나? 이렇게 나선형은 영원히 조여들지. 

 

 

에이자는 느리지만 주위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불안과 강박과 싸워가며 주어진 삶을 살아갑니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라는 책 제목이 에이자처럼 아픔을 지닌 이들의 삶을 잘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불안하구나?" 

"자꾸 묻지 말고, 내가 불안할 때 먼저 말하기로 하면 어떨까?"

"엄마가 딸을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알아, 하지만 그 걱정이 돌덩이처럼 내 가슴을 누른다고."

"노력할게."

"고마워, 엄마. 사랑해."

"나도 사랑한다. 아주 많이."

 

에이자와 엄마가 나눈 이 대화가 존 그린이 이 책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것, 사랑만이 모든 것을 견딜 수 있게 한다는 것 말입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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