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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도메니코 스타르노네(Domenico Starnone)의 「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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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니코 스타르노네(Domenico Starnone)의 「끈 LACCI」을 읽고


운명이라는 끈에 묶인 가혹하고도 서글픈 가족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이탈리아 작가 도메니코 스타르노네(Domenico Starnone, 1943)의 장편 <끈 Lacci>은 색다른 구성으로 허를 찌르는 결말까지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제1권은 서간체 형식으로 바람난 남편에게 보낸 아내의 장문의 편지를 옮겨놓고 있습니다. 제2권은 다시 가족품으로 돌아온 남편의 시점에서 바라본 서사, 대망의 제3권은 부부의 두 자녀가 주인공이 되어 마치 부모에게 복수하듯 불행이 대를 잇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실수하고 용서하는 것으로 끝이나는 게 아니라 숙명으로 묶인 끈처럼 불행이 가족의 대를 이어 내려가는 잔혹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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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끈 Lacci>의 첫 문장입니다.

 

친애하는 신사 양반, 제가 누군지 잊어버리신 거라면 기억을 되살려드리지요. 저는 당신의 아내랍니다. _제1권 가운데

 

비꼬는 듯한 존칭과 존대말이 '신사 양반'과 '아내'와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조금 더 읽다 보면 이 말투가 부인과 어린 두 아이를 두고 바람이 나 집을 나간 남편을 향한 편지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은 몹시 구체적이고 원망과 질타, 회유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편지 내용 가운데 인상적인 부분은 '신사 양반'은 아버지가 주변 사람 모두에게 상처주는 것을 보면서 자랐으며, 그래서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자신도 그런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워하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가족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아버지의 불운한 유령이 '신사 양반'을 거쳐 그 자녀들까지 괴롭힐 것이라는 복선 역할을 합니다.

 

무시무시하게도. 

 

 

제2권에서 화자는 남편으로 옮겨갑니다. 자신이 십수년전 바람을 핀 시기에 아내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남자는 바람난 상대로부터 버림받은 후 다시 가정으로 복귀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그를 용서해서 받아줬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큰 착각입니다. 

 

"오빠는 정말이지 신발끈을 우스꽝스럽게 묶어요. 아빠도 그렇게 묶는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_제2권 가운데

 

아이들 생각에도 아빠를 잡아야한다는 본능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빠와 아빠가 신발끈 묶는 방식을 갖고 딸 안나는 가족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냅니다. 이것도 사실은 조작된 기억이지만, 그래서 더 서글픈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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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과 제2권을 지나오면서는 소설의 분위기가 매우 차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감정이 절제된 남편과 아내의 갈등은 제3권 아이들이 앞으로 나오면서 여지없이 폭발합니다.

 

아닌척해도 아이들은 다 알고 있었으며 오히려 한 수 위에서 부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모란 어차피 자식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어. 그러니 때가 되면 자식들에게 더 큰 상처를 받을 각오를 하고 살아야 하는 거야." _제3권 가운데

 

아들 산드로는 여러 여자와 관계를 맺고 여러 자녀를 갖습니다. 딸 안나는 극단적인 독신, 비혼주의로 자라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카르마의 제1권에서 아내 반다가 언급한 '불운한 유령', 동양 문화권에서 말하는 카르마(Karma, 업보)가 3대를 이어 가족을 휘감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산드로의 자녀들에게도 이어져 내려가겠지요.

 

무시무시하게도.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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