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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톰 필립스(Tom Phillips)의 「진실의 흑역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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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필립스(Tom Phillips)의 「진실의 흑역사 Truth: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를 읽고


수많은 정보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오늘날은 정보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꾸며낸 것이 확실한 정보임에도 끝까지 사실로 믿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체 왜 거짓 정보가 더 빠르게 유통되고 소비자는 하필 거짓정보에 종종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요.  

 

영국의 비영리 팩트체킹 기관의 편집자로 일하는 톰 필립스(Tom Phillips)는 <진실의 흑역사 Truth: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에서 거짓뉴스의 근원과 역사를 해박한 지식을 이용해 유머러스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글이 어찌나 유려한지 톰 필립스가 하는 말은 모두 다 진실일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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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필립스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 노란 거짓말, 파란 거짓말, 빨간 거짓말, 색깔별로 분류하고 있는데 정말 그럴듯합니다. 그 가운데 '빨간 거짓말'을 가장 흥미로운 유형으로 꼽는데 쉽게 말하면 "못 본 걸로 하고 넘어들 갑시다"에 해당하는 거짓말입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서로가 알고 있다는 것도 아는 상태에서 하는 거짓말. 문득 빨간 거짓말이 난무하는 어떤 분야가 떠오르네요. 

 

<진실의 흑역사>에서 톰 필립스가 내놓는 거짓과 진실에 대한 분석은 탁월한 수준입니다. 진실보다 속도가 빠른 거짓. 어딘가 싱거운 진실의 본모습.  

 

허튼소리가 무섭도록 빠르게 전파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의 진위를 파헤쳐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_「거짓의 기원」

 

 

<진실의 흑역사>라는 제목처럼 톰 필립스에게 진실이란 어떤 단일한 실체라고 할 수 없으며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한 길고 짜증나는 여행쯤' 된다라고 말합니다. 팩트체킹 기관에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씨름하며 사는 저자가 내릴 수 있는 진실에 관한 최선의 정의라고 보입니다. 

 

톰 필립스는 뇌의 크기와 거짓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대뇌 신피질의 크기와 그 종의 '기만' 빈도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뇌가 클수록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것. 복잡한 사회집단 속에서 살다 보면 남들을 속여야 한다든지 하는 여러어려움이 있었을 테니, 그 때문에 뇌가 점점 크고 복잡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_「거짓의 기원」

 

머리가 좋다 = 거짓말을 잘 한다? 이건 과잉 일반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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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흑역사> 1부 후반부에 허위 사실이 퍼져나가고 굳어지는 이치로 일곱 가지 인간의 오류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신선하고 재미있는 개념으로 '개소리 순환고리(bullshit feedback Loop)'라는 게 있습니다. 톰 필립스는 이 인지 부작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뭔가 수상쩍은 정보가 반복하여 출현할 때, 누군가의 주장이 검증 없이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현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 정보가 옳다는 확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_「거짓의 기원」

 

예컨대 신문에서 위키피디아 내용을 베껴 쓰고, 그 기사가 다시 위키피디아에 근거로 제시되는 경우입니다. 

 

나머지 인지 오류도 대부분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들이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인간의 인식에 얼마나 허점이 많은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유쾌한 문체로 쓰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입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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