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나 카할란(Susannah Cahalan)의 「브레인 온 파이어: 내가 아니었던 시간들 Brain on Fire」을 읽고
질병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특히 '뇌'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의학 미스터리 회고록 <브레인 온 파이어 Brain on Fire>의 저자 수잔나 카할란(Susannah Cahalan, 1985)은 진단 불명의 질병으로 '내가 아니었던 시간들'을 경험합니다.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스물네 살의 수잔나는 신체 일부에 마비 증상을 겪은 후 정신을 잃습니다. 병실 침대에 묶인 채 깨어난 수잔나는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고 폭력성, 정신증, 도주 위험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어있습니다.
대체 무슨 병에 걸린 것인, 정확한 진단 없이는 인생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내 문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의사들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 나는 그 일 때문에 경험 세계가 갑자기 엉망진창이 되어 하마터면 여생을 정신병원에서 지내게 될 뻔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이 책 <브레인 온 파이어>의 헌정 문구, "아직 진단이 나오지 않은 이들에게 바친다."라는 말이 알 수 없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잘 보여줍니다.
수잔나는 운명적으로 나자 박사를 만나게 되고 '항NMDA 수용체 자가면역성 뇌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당시 뉴욕대 병원에서 이 병을 진단받은 유일무이한 환자였던 수잔나는 자신이 '전쟁 얘기를 나눌 동포가 하나도 없는 고독한 보행가능부상병'처럼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따님은 뇌에 불이 났습니다." 그는 한 번 더 이렇게 말했다. "따님의 뇌는 따님 자신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나자 박사는 수잔나의 부모에게 이 병을 설명하면서 <브레인 온 파이어 Brain on Fire>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항NMDA 수용체 자가면역성 뇌염은 약 5천만 명의 미국인이 앓고 있는 100여 가지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자가면역질환을 진단받는 환자의 75%는 수잔나와 같은 젊은 여성입니다.
<브레인 온 파이어>는 전체 3부, 53개의 장으로 구성돼있습니다. 그 가운데 제48장 「생존자의 죄책감」이라는 챕터가 인상적입니다. 수잔나는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병을 정확히 진단받았고 또 무사히 회복했습니다. 그 때문에 아직 진단명을 알 수 없는 이들, 그리고 진단은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 빚진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일종으로서 생존자의 죄책감은 흔한 증상이며 참전 용사뿐 아니라 암 환자의 사례도 상세히 보고되어 왔다. 내 문제는 PTSD와 정반대이지만 그런 죄책감은 남아 있다. 특히 분개할 수밖에 없는 환자 가족들과 대화할 때면 나는 더욱더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자의 죄책감'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인가 봅니다. 그래서 이 책 <브레인 온 파이어>를 집필한 것이겠지요.
자신이 경험한 어둠을 통해 얻은 '빛'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수잔나 카할란의 바람대로 이 책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고 2016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됩니다.
2024.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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