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응구기 와 티옹오(Ngugi wa Thiongo)의 「한 톨의 밀알」을 읽고

728x90
반응형


응구기 와 티옹오(Ngugi wa Thiongo)의 「한 톨의 밀알 A Grain of Wheat」을 읽고 


다른 나라의 역사를 알아가는 일은 그 나라뿐 아니라 세계사적인 흐름을 배울 수 있어 유익합니다. 영국의 혹독한 식민통치(1895-1963)에 시달린 케냐를 배경으로 한 소설 <한 톨의 밀알 A Grain of Wheat>입니다.

 

작가는 아프리카의 대표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Ngugi wa Thiongo, 1938)로 식민시대의 마지막 25년을 살면서 식민주의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합니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케냐의 아픔이 먼 나라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응구기 와 티옹오는 2016년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김지하 시인의 <오적>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728x90

 

<한 톨의 밀알>에는 식민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독립투쟁과 희생의 상징인 키히카, 키히카를 밀고한 배반과 고뇌의 무고, 영국에 협조한 기회주의 변절자 카란자, 갈등과 성장을 보여주는 기코뇨, 사랑과 치유의 뭄비, 이들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는 나라를 잃은 국민들의 처참한 비극이 보입니다.

 

당신은 우리가 왜 죽여야 했고 왜 피를 흘렸는지 묻고 있습니다. 백인은 차를 타고 왔습니다. 그는 커다란 집에 살았습니다. 그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녔습니다... 우리 편에 서지 않은 사람은 우리의 적이었습니다. 그게 우리가 흑인 형제들을 죽였던 이유입니다. 그들의 마음속은 백인이었기 때문입니다. 

 

흑인들이 땅을 갈고, 길을 닦고, 세금을 낸 그 곳에서 백인들이 살아갑니다. 흑인들이 길러 요리한 것을 백인들이 먹었습니다. 이것이 그들이 숲으로 들어간 이유라고 <한 톨의 밀알>은 조용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무장독립투쟁을 주도한 키히카는 대중에게 연설을 통해 말했던 희생정신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입니다. 독립을 며칠 앞두고 붙잡혀 교수형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어느 일요일, 키히카는 룽에이 시장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조직은 키히카가 남긴 상처를 거름으로 여전히 살아남아 성장했다. 

 

반응형

 

소설 속 키히카는 그리스도인으로 그려집니다. 성경을 품고 다녔으며 그의 성경에는 곳곳에 검은 줄과 빨간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ㅡ요한복음 12장24절 (키히카의 성경에 검은 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

 

야훼께서 모세에게 이르기를, 너는 파라오에게 가서 야훼의 말씀이라 하고 이렇게 전하라. 나의 백성을 내보내어 나를 예배하게 하여라. ㅡ출애굽기 8장1절 (기히카의 성경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구절)

 

 

케냐 따바이 마을의 목수 기코뇨는 강제수용소에서 수년간 구금되었다 출소한 후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둔 인물입니다. 그의 내적인 갈등에서 식민지 국민들의 국가와 동족에 대한 죄의식ㅡ그것이 그들이 가져야 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식민지배라는 역사적 상황은 연약한 인간들을 그렇게 몰아갑니다ㅡ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내겐 용기가 없었어. 그래서 맹세를 저버렸던 거야. 나와 카란자, 무고, 혹은 사람들을 공공연히 배반하고 목숨을 건지기 위해 백인들에게 협력했던 자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비극적인 상황에도 독립을 위해 거친 삶을 마다하지 않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당장의 이익을 위해 동족을 배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식민시대 역사를 겪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케냐는 1963년 12월 12일, 마침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합니다.  


2024.2.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