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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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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폰 쇤부르크(Alexander von Schonburg)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읽고


진정한 우아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물질적인 부가 부유함을 의미하는가.

 

어찌 보면 요즘에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같은 주제에 대해 유럽의 역사, 문화, 사회과학, 도시의 쇠락과 부흥을 동원해 종횡무진 진단하고 비판하는 책입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Alexander von Schonburg, 1969)의 책 <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폰 쇤부르크 씨'는 몰락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소박한 삶에 만족하며 살 수밖에 없었던 생활환경에서 적극적인 소박함을 추구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것을 통해 물질적 부와 관계없이 우아하게 사는 법, 부의 진정한 가치, 풍요로운 삶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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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부유한 귀족 친척들이나 대부호들 사이에서 접한 최상류 생활을 꺼내놓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으로 취향이 고상한 부자들은 '간소한 삶'을 추구한다는 것을 언급합니다. 소위 '평범한 삶'을 흉내 내는 것을 사치로 여길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돈, 물질적인 부가 '부유한 삶'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생활양식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실제 돈이 없어도, 최소한 아주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생활양식'이다.

 

 

폰 쇤부르크 씨는 옷차림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순간, 우아함과 거리가 멀어진다고 말합니다. 촌스럽다는 것인데 거울과 옷장 사이를 열심히 오락가락한 게 눈에 보이면 이미 자연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무채색 계열의 수수한 옷차림을 한 유럽인들 틈에 알록달록 '차려입은' 해외여행객의 모습이 불편한 이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규칙은, 사람이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옷이 사람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옷을 건전하게 경멸하는 사람만이 우아하게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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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화두가 나오는데 "무슨 일에 종사하시지요?"입니다.

 

폰 쇤부르크씨는 이 물음을 '속물적이고 고루한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직업을 가지고 사람을 규정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문화의 차이도 있겠지만 이러한 시각에서는 제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외국인을 포함한 그들에게 어쩌면 불쾌함이나 당혹스러움을 준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분석은, 그 질문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몇 분이 지난 다음에야 묻거나 아예 물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프리랜서, 변호사, 의사들은 1~2분 정도 걸리고, 광고인과 언론인들은 채 30초도 참지 못한다.  

 

아.하. 나는 과연 어땠나?

 

 

흥미로운 예측도 몇 가지 내놓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앞으로 가진 자들에게 정말로 불편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인데 아쉽게도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다소 부실하긴 합니다. 

 

적은 돈을 다루는 법을 제때에 배우는 사람은 곧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엘리트 계층에 속할 것이다. 가진 자들은 수중의 돈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은 잃어버릴 것도 없는 법이다.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에서 폰 쇤부르크 씨가 하는 말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에 걸친 넘치는 풍요의 시대에 외면당해 온 소박함의 미덕들, 머지않은 미래에 그의 예상대로 소박한 삶의 미덕이 다시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혹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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