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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톰 미첼(Tom Michell)의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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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미첼(Tom Michell)의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The Penguin Lessons」를 읽고


동물과 가깝게 지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주는 무한한 사랑, 그리고 변치 않는 사랑스러움에 동의할 것입니다. 심지어 그가 펭귄(!!)이라도 말이죠. 

 

1970년대 아르헨티나로 취업한 20대 영국인 남자가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 동거하게된 마젤란 펭귄과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실화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The Penguin Lessons>입니다. 저자이자 주인공은 교사 톰 미첼(Tom Michell)로 잡지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고 아르헨티나 기숙학교 교사로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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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은 우루과이 여행 중 해변에서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쓴 펭귄이 집단폐사한 것을 목격하게 되고 그 속에서 아직 생명이 남아 있는 펭귄 한 마리를 구조하게 됩니다. 타르를 씻겨서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녀석을 데리고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을 때 절반 정도 세워둔 계획을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했다. '누가 뭐라고 하면 뭐라고 대꾸하지?' '우루과이에서 타르를 뒤집어쓴 펭귄을 이렇게 막 주워가도 되는 건가?'

 

우.여.곡.절. 끝에 아파트 욕실까지 펭귄을 옮겨옵니다. 버둥거리는 펭귄에게 세제를 묻혀 타르를 씻겨내다 물려서 피가 나고 친구의 고급 아파트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맙니다.

 

목욕을 마쳤으니 이 펭귄을 다시 바닷가에 풀어주러 나갑니다.

 

 

해변에 놓아줬더니 다시 돌아오고, 바닷가에 데려다 놨더니 역시나 도로 나옵니다. 펭귄 방생이 처음인 톰은 모래에 뒹굴고 해초에 뒤엉켜 꼴이 엉망입니다. 바다 깊숙한 곳에 데려다주고 도로를 건너 집으로 가는데 펭귄이 길을 건너 톰을 쫓아옵니다. 

 

흠뻑 젖은 녀석의 몸은 몹시 차가웠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너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내 머릿속에는 나 자신을 꾸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톰은 펭귄에게 '후안 살바도르 핑귀노(Juan Salvador Pinguino)'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우루과이에서 아르헨티나까지 후안을 데리고 가기로 결심합니다. 야생 펭귄을, 그것도 허가 없이, 외국으로 데리고 가는 일은 모험입니다. 난관이 예상됩니다. 마음속에도 갈등이 일어납니다. 그냥 해변에 두고 달아나 가볍게 혼자 버스에 오르면? 

 

하지만 같은 지점에서 다른 쪽으로 난 길도 보인다. 진흙투성이에 엉망진창인 길이다. 하지만 그 길은 후안에게 삶의 기회를 주는 길이다. 

 

또다시 우.여.곡.절. 끝에 톰은 펭귄을 넣은 의문의 봉지를 들고 국경을 넘어 아르헨티나의 집에 도착합니다. 후안 살바도르 핑귀노도 무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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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이 일하는 학교에서 후안은 인기스타가 됩니다. 아이들과 수영을 하고 계단 빨리 내려가기 시합도 하고, 고민상담가도 되어주고, 학교 선생님들의 술친구도 해줍니다. 후안은 하루에 청어 1kg씩을 먹으며 잘 적응해 나갑니다.

 

그러나 호기심 많고 여행 좋아하는 20대의 톰에게 후앙을 보살피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후안을 부탁하고 집을 비우는 일이 잦습니다.

 

반려동물은 '용감한 탐험가'의 삶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주 많은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은 내가 '사람들이 적게 간 길'에서 펭귄을 만나도록 했고, 나는 그 길에서 우리가 만났다는 사실이 기쁘다.

 

 

여느 때처럼 후안을 맡기고 여행을 다녀온 날, 후안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최악의 이별을 후안에게 주고 말았습니다. 

 

"사랑한다, 작은 새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영원히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이제 네 짝과 가족들을 다시 만나겠구나. 이젠 다시 헤어지지 말거라." 

 

Hasta la vista, amigo mio(다시 만나기를, 내 친구)

 

톰은 펭귄을 그날 그 바다에 친구들과 함께 두고 왔어야 옳았나, 그만의 삶을 살도록 내버려뒀어야 한 건 아닐까,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살게 했어야 하는건 아닐까, 등등 온갖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야생동물을 '구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류의 죄책감을 갖고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결국 후안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톰은 작은 펭귄을 가슴에 묻습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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