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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의 「일생일대의 거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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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의 「일생일대의 거래 The Deal of a Lifetime」를 읽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편지를 소재로, 작가가 크리스마스 직전 어느 날 밤 쓴 소설입니다. 크리스마스라는 설정은 마치 누군가에겐 구원이라는 선물이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그들을 살린, 예수그리스도의 삶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스웨덴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1981)의 소설 <일생일대의 거래 The Deal of a Lifetim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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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대신 죽을 수 있는가? 그것이 단지 '죽음'이 아니라 지나온 모든 삶과 앞으로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존재론적 '삭제'라면?

 

책은 이 어려운 질문 앞에 선 성공가도를 달리던 45세의 남자, 한 아이의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자동차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45세 남자는 병원 휴게실 소파를 빨간색 크레용으로 색칠하는 다섯 살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소녀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암환자입니다. 여느 어린 환자들처럼 눈치가 빠르고 철이 일찍 든 소녀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많은 것을 모른척하고 지냅니다.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던 남자에게 소녀가 말을 건넵니다.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녀에게 45세 아저씨는 "가구에 낙서 그만해라"라는 재수없는 답을 내뱉습니다. 이 상황에 대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해석이 절묘합니다. 

 

성공한 사람의 절대다수는 재수 없는 인간으로 거듭난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미 재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게 바로 그들이 성공한 이유다. 

 

이 말에 다섯 살 소녀는 이렇게 답합니다. 

 

"암이 있으면 가구에 낙서해도 돼요. 아무도 뭐라고 안 하거든요." _5세 소녀

 

남자는 우연히 복도를 지나가다 소녀의 병실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엿듣습니다. 토끼 인형 친구 '또끼'에게 소녀는 자신이 곧 죽을 거라며, 그러나 내일ㅡ크리스마스ㅡ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소곤댑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의 이름이 적힌 폴더를 들고 다니는 회색 스웨터를 입은 '사신'이 소녀의 방 앞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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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중년 남성, 사랑하는 아들이 있는 아버지, 45세 남자는 이제 일생일대의 거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거래 요건이 밝혀집니다. 죽음을 죽음으로 맞바꿀수는 없다는 것, 그러니까 목숨을 목숨으로 맞바꿔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더 잔인한 거래였습니다.

 

"네가 죽는 걸로는 부족해. 네 목숨을 내주면 네 존재는 사라질 거야. 애당초 존재한 적 없는 사람이 되는 거지." _회색 스웨터를 입은 사신

 

 

남자는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러 갑니다. 사신은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갈 거라고 말해줍니다. 남자는 회색 스웨터를 입은 사신에게 두 아이를 부탁하고 아들에게 전할 수 없는 편지, 이 책 <일생일대의 거래>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아픈가요? 겁이 나네요." 나는 실토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겁이 나는 게 아니야. 그냥 아쉽고 슬픈 거지. 너희 인간들에게 슬픔이 공포처럼 느껴진다는 걸 가르쳐주는 이가 없으니."

 

슬픔이 공포처럼 느껴진다. 너무나 정확한 표현입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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