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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의 「푸른 수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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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의 「푸른 수염 Barbe-bleue」을 읽고


기발하고 흥미롭고 위트있는 글을 매년 한 권씩 써내는 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 1967)의 2012년 작품 <푸른 수염 Barbe-bleue>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1628-1703)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을 재해석한 것으로 '21세기 잔혹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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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인공은 파리에 사는 25세의 벨기에 여성 사튀르닌과 44세의 에스파냐 귀족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입니다. 파리 7구의 화려한 저택에 혼자 사는 돈 엘레미리오 집에 세 들었던 8명의 여자가 모두 실종된 상황에 사튀르닌은 아홉 번째 세입자로 들어갑니다. 

 

그녀도 실종될지, 나머지 8명은 어디로 간 것인지, 돈 엘레미리오는 과연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인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돈 엘레미리오는 집안의 모든 공간을 사용해도 좋지만 검은 문의 방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말합니다.  

 

"잠겨 있진 않소. 신뢰의 문제니까. 물론 이 방에 들어가는 건 금지요. 당신이 이 방에 발을 들여놓는다면 내가 알게 될 거고, 당신은 크게 후회하게 될 거요." _돈 엘레미리오

 

그 방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은 사튀르닌은 그저 싼 값에 얻은 저택의 안락함과 고급스러운 요리까지 맘껏 누립니다.

 

그가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는 심증이 있는 상황에도 사튀르닌은 그의 섬세함과 배려, 자기 예술에 심취한 엉뚱한 매력에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애씁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 돼. 넌 지금 극과 극을 오가고 있어. 무죄 추정이 있을 뿐 아직 확신은 없어. 네가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모르니, 신중해야 해." _사튀르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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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머릿속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써내던 사튀르닌은 마침내 칼을 들고 돈 엘레미리오의 침실로 쳐들어갑니다. 평온하게 잠든 모습이 매력적이기까지 한 이 남자, 당황하거나 놀란 기색도 없이 오히려 '악마와 사랑에 빠진' 사튀르닌의 속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뭘 알고 싶소? 그리고 뭘 차라리 모르고 싶소?" _돈 엘레미리오

 

그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지만, 진실을 아는 게 두려운 사튀르닌. 돈 엘레미리오는 천재 사이코패스가 맞습니다. 

 

 

사튀르닌은 마침내 7+2의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여덟 명의 희생자들을 대신해 연쇄살인마 돈 엘레미리오에게 복수를 선물합니다. 자신이 만든 덫에 자신도 결국 목숨을 잃게 된 돈 엘레미리오, 죽음의 순간에도 차분하고 이성적인 그의 모습이 소름 끼칩니다.

 

"난 밤새 바깥에 있어야만 해. 안 그러면 그 사람을 풀어 주고 말 거야." 날이 추웠다. 그녀는 희생자와 연대하는 의미로 추위에 몸을 떨었다. 

 

악마와 사랑에 빠진 사튀르닌의 모습에 잔혹 동화의 잔상이 남아있습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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