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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알렉산드르 푸시킨(Alexandr Pushkin)의 「푸슈킨 선집: 희곡 및 서사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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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푸시킨(Alexandr Pushkin)의 「푸슈킨 선집: 희곡 및 서사시」를 읽고


러시아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푸시킨(Alexandr Pushkin, 1799-1837)의 대표 희곡과 서사시를 모은 <푸슈킨 선집>입니다.

 

푸시킨은 고대와 중세 고전, 그리고 동시대 유럽 문학의 통해 다양한 문학적 시도를 거듭하며 러시아 문학의 토대를 마련한 19세기 위대한 작가로 우리에게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1825)」를 쓴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푸슈킨 선집>에는 희곡 6편과 서사시 7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19세기 초 뒤늦게 유럽 문화에 합류한 러시아 문학의 방향을 고민한 푸슈킨의 애정이 녹아있는 작품들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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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 중 1835년 발표한 「황금 수탉」은 정부의 '검열'을 받은 작품으로 당시 황제와 푸슈킨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황제 다돈과 예언자, 그리고 예언자가 건네준 황금 수탉 이야기를 통해 사적인 갈등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황제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황제라는 점에서 마치 준엄한 역사적 심판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명성 높은 황제 다돈이 살았네. / 젊었을 때부터 무서운 성격에 / 줄곧 이웃 나라를 겁 없이 / 함부로 공격하곤 했다네. / 그러나 노년이 되어서는 / 편안히 쉬고자 했더니 / 곧 이웃 나라들이 그에게 / 무시무시한 해를 입히며 / 늙은 황제를 불안하게 했네. _「황금 수탉(1835)」 가운데

 

 

다돈 황제는 예언자로부터 전쟁을 예고하는 황금 수탉을 건네받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예언자는 황제가 소중히 여기는 '샤마한의 처녀 공주'를 그 대가로 요구한 탓에 죽임을 당합니다.

 

예언자가 죽자 황금 수탉이 날아와 황제의 정수리를 쪼았고, 다돈은 수레에서 떨어져 죽습니다. 샤마한의 처녀 공주 역시 사라집니다. 예언자와 황금 수탉, 샤마한의 처녀 공주는 한 몸이었을까요.

 

수레에서 다돈이 떨어져 / 신음 한 번 하더니 죽어 버렸네. / 그러자 공주는 갑자기 사라졌네 /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이야기는 꾸민 것이나, 그 안에는 암시가 들어 있으니! / 우리 착한 청년들에게 주는 교훈이라. _「황금 수탉(1835)」 가운데

 

작품 검열에서 추가된 부분이 "....우리 착한 청년들에게 주는 교훈이라." 이 마지막 줄입니다. 그래서인지 매우 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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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대한 동경을 그린 서사시, 1827년 작품 「집시」에서는 그곳에서는 자유가 있는가를 타진합니다. 

 

주인공 알레코는 문명사회에서 얻은 권태감과 부자유를 안고 다른 세계에서 자유를 추구합니다. 그렇게 당도한 집시사회에서 문명의 속박, 사회의 위선, 정치적 억압을 벗어나 얼마간 행복을 느낍니다.

 

집시들이 시끌벅적한 무리를 이루어 / 베사라비아 지방을 유목하며 떠도네. / 오늘 그들은 강기슭에 머물러 / 낡아 빠진 천막 아래 밤을 보내네. / 그들의 잠자리는 자유처럼 유쾌하네. _「집시(1827)」 가운데

 

 

그러나 자신이 원하던 것은 끝내 거기서 찾을 수 없습니다. 그곳에서도 규범과 열정으로 인한 부자유, '자신'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 그대들 사이에도 행복은 없다 / 자연의 가난한 자식들이여! // 모든 곳에 운명적인 열정이 있고 / 또 운명은 피할 수 없어라. _「집시(1827)」 가운데

 

푸슈킨은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과의 갈등, 자유 추구와 자기 안의 한계의 충돌, 사회 규범으로부터의 자유와 보편 윤리의 갈등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 자유에 대한 복잡하고 심도 있는 생각을 확장해 나갑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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