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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래티샤 콜롱바니(Laetitia Colombani)의 「세 갈래 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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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티샤 콜롱바니(Laetitia Colombani)의 「세 갈래 길 La Tresse」을 읽고


첫 문장을 읽은 후 정신없이 이야기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책을 단 한 번도 놓지 않고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다른 나라, 다른 직업, 다른 생활환경의 세 여성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래티샤 콜롱바니(Laetitia Colombani, 1976)의 소설 <세 갈래 길 La Tresse>입니다. 

 

소설은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의 사는 달리트ㅡ천민계급 여성 스미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가업인 카스카투라(Cascatura)ㅡ가발 제작 일을 하는 줄리아, 캐나다 몬트리올의 유능한 로펌 변호사 사라, 세 사람의 전혀 다른 이야기를 차례대로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어느 시점부터 조금씩 연결되기 시작하고 마침내 하나로 완벽하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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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타는 대를 이어 똥 치우는 일을 하는 불가촉천민 달리트입니다. 남편 나가라잔은 쥐를 잡습니다. 딸 랄리타에게는 이 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부부는 평생 모은 돈을 뇌물로 바치고 딸을 학교에 보내지만 차별과 폭력에 등교 첫날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옵니다.

 

'떠나자' 하늘에서 울려오듯 결심이 섰다.

대부분의 달리트가 주어진 운명을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내 딸은 안 된다.

 

스미타는 랄리타를 데리고 차별이 덜한 도시로 도망가기로 합니다. 잡히면 상위 카스트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위험이 있어 한밤중에 작전을 실행합니다. 온 가족이 붙잡혀 몰살당할 테니 주어진 운명대로 살자며 남편 나가라진은 탈출을 반대합니다. "똥치기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똥치기로 살아야 해.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어. 우리의 카르마라고." 나가라잔의 이 말속에 대부분 인도사회 사람들의 관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칠리아의 줄리아는 사고를 당해 생사를 오가는 아버지를 대신해 가업인 카스카투라 공방을 살리려 분투합니다.

 

부채가 많았고, 가발에 필요한 머리카락 구하기가 갈수록 힘든 상황에 카슈미르 출신 카말의 제안으로 인도에서 머리카락을 수입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외국인 머리카락에 반감이 있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다른 사람이 반대한다고 해서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포기하지 마. 나는 네 능력과 힘을 믿는단다. 삶이 네 몫으로 중요한 일을 마련해 놓았어."

 

아버지의 격려에 힘을 얻어 줄리아는 계획을 추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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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마흔 살 여자. 예쁜 세 아이가 있고, 고급 주택가에 살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그렇지만 상처는 존재한다. / 수백만 여자가 그렇듯 사라 코헨도 둘로 쪼개져 있다. 그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이다. 

 

유리천장을 깨고 파트너 자리에 오른 로펌 변호사 사라는 커리어의 정점을 찍기 직전 암 선고를 받습니다. 모두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던 중 투병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대표 자리는 결국 라이벌에게 뺏기고 맙니다.

 

스미타와 랄리타는 우여곡절 끝에 집에서 2000km 떨어진 첸나이 근교까지 가는 데 성공하고 티루파티 성산에서 비슈누 신에 경배하며 머리카락을 예물로 바칩니다. 험난하고 예측할 수 없는 여정, 수억 명의 달리트가 자신과 함께 기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기적은 이루어졌다. 오늘 이곳에서 신께 예물을 바친 만큼 내 딸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탈리아의 줄리아는 인도에서 수입한 머리카락으로 가업을 이어갑니다. 캐나다의 사라는 인도산 머리카락으로 이탈리아 장인이 제작한 가발로 항암치료 부작용을 이겨냅니다. 줄리아는 낯 모르는 인도의 여인들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사라는 온 세상이 그의 회복에 협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생명을 구하는 자가 온 세상을 구한다." 오늘, 온 세상이 그를 구하러 나섰다.  

 

세 여성은 더 나은 삶을 위해 기꺼이 용기를 낸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자가 스스로를 구한 그 힘이 온 세상에 사랑으로 퍼져나간 것이죠. 굉장한 메시지를 담은 소설입니다. 

 

'시작할 때도 갑작스러웠는데 끝날 때도 갑작스럽구나.'

 

이들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한 말입니다. 갑작스러운 시작과 갑작스러운 끝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용기 내어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스미타, 줄리아, 사라가 응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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