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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프랜 리보위츠(Fran Lebowitz)의 「나, 프랜 리보위츠」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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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 리보위츠(Fran Lebowitz)의 「나, 프랜 리보위츠 The Fran Lebowitz Reader」를 읽고


심술궂은 괴짜 작가를 또 한 명 발견했습니다. 미국의 비평가이자 작가 프랜 리보위츠(Frances Ann Lebowitz, 1950), 책 제목은 <나, 프랜 리보위츠 The Fran Lebowitz Reader>입니다.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을 주욱 열거하고 있는 책날개의 소개글이 신선합니다. 여성. 레즈비언. 유대인. 뉴요커. 비평가. 고등학교 퇴학. 대학생 과제 대필. 청소부. 택시 운전사. 칼럼니스트.

 

프랜 리보위츠는 앤디 워홀이 창간한 잡지 [인터뷰]에 발표한 글을 엮어 출간한 「대도시 생활 Metropolitan Life(1978)」로 유명세를 얻고, 이후 기고문을 모은 「사회 탐구 Social Studies(1981)」 역시 베스트셀러에 오릅니다. 1994년에 출간한 이 책 <나, 프랜 리보위츠>는 이 두 역작을 묶은 종합편입니다.

 

이 책들을 통해 저자는 미국 전역을 다니며 강연과 방송을 하고 젊은 세대들로부터 추앙받는 시대의 아이콘이 됩니다. 아쉽게도 이후 슬럼프에 빠져 더는 글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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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개할 어록은 잠에 관한 단상인데 같은 '수면인'인 저로서는 프랜 리보위츠의 말에 위로와 격려를 받습니다. 

 

내가 잠을 좋아하는 이유는 잠이란 즐겁고도 안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잠이란 책임에서 해방된 죽음이다. / 삶이란 잠 못 이룰 때 하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가 문명이라 칭하는 것들은 소름 끼치도록 내리 이어진 불면의 밤에서 나온 잔해 더미일 뿐이다. 

 

합리화할 이유를 찾았으니 저 역시 더 활발한 수면인으로서의 삶을 누려볼 작정입니다.    

 

 

「사회 탐구 Social Studies」의 '사람'에는 더 광범위하고 복잡한 문제라는 제목 아래 몇 가지가 언급됩니다.

 

예의 있는 대화에 실제로 예의와 대화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촌철살인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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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관한 말 가운데서도 재미있는 게 많습니다. 특히 제 고양이 다콩이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은데 그럴 도리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독립적인 주체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절대적 확신이 없다면 그 어떤 동물도 식사 공간용 가구에 뛰어올라서는 안 된다.  

 

식사 공간용 가구에 수시로 펄쩍펄쩍 뛰어 올라 음식에 털을 흩뿌리는 고양이를 누가 말릴 수 있을까요.

 

 

프랜 리보위츠의 언어로 새롭게 정의된 '개념예술'입니다. 비평가 다운 날카로움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마룻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콘크리트불록인 척해보았다. 누구도 우릴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감격해 바라만 보았다. 만족감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고 본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프랜 리보위치스러움의 정점을 찍습니다. 

 

마감일은 나도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지금도 예외가 아니다. 이 글을 끝내야 한다. 그렇게 했다. 이 글이 너무 짧다. 지나치게 짧다. 미안하지만 돈이 필요했다. 만약 뭔가 하려면 어중간하게 하라. 일은 일이다. 

 

1978년, 1981년, 1994년에 쓰인 글이 2024년에도 인기를 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솔직함과 유머.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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