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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폴 베델(Paul Bedel)의 「농부로 사는 즐거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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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베델(Paul Bedel)의 「농부로 사는 즐거움」을 읽고, 카트린 에콜 브와벵 옮김


독자에게 쓰는 한 통의 편지 같은 다정하고 차분한 문체가 읽는 내내 기분 좋은 책입니다. 프랑스 북부 작은 농가에서 태어나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부 폴 베델(Paul Bedel, 1930)의 이야기 <농부로 사는 즐거움 Testament d'un paysan en voie de disparition>입니다.

 

올해로 93세가 된 폴 베델은 TV다큐멘터리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폴>로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여전히 선조에게 물려받은 농장을 지키며 소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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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아무것도 갖지 않고, 아무것도 사지 않고, 특별한 것이 없어 행복했다."라는 폴 베델의 말 속에 삶의 지혜가 녹아있습니다. 

 

폴 베델은 프랑스 작은 마을 아귀의 해안가에 자리한 자신의 농장을 '멋진 배'에 비유하며 소개합니다.

 

우리 밭은 곧바로 바다로 이어져 있습니다. 땅과 하늘에 바람이 불면 집은 순식간에 바다를 항해하는 멋진 배로 변신합니다. 세상의 끝, 아귀의 끝에서 바다로 떠나는 거죠.

 

 

농부로 살아가는 폴 베델은 마을의 성당관리인이기도 합니다. 책에 소개된 일화 하나가 폴 베델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무심한 듯하지만 나름의 위트를 주변 사람들에게 건넵니다. 

 

전화벨이 울립니다. 성당 신자 중 한 명입니다. "폴, 누가 죽은 거예요?" 늘 그렇듯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합니다. "일단 나는 아니에요." 좀 썰렁하긴 하지만 나는 이런 농담을 즐깁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 이런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죠.

 

폴 베델은 결혼하지 않고 여동생 둘과 농장에서 살고 있습니다. 버터와 크림을 조금씩 팔기도 하는데 마을 슈퍼마켓 보다 가격은 높지만 늘 수요가 공급보다 많습니다. 폴 베델의 농장에서는 아무런 압박 없이 돈을 좇지도, 돈에 굴종하지도 않으며 자본을 초월한 삶을 누립니다. 

 

우리는 우유를 업체에 판 적이 없습니다. 우유를 팔았다면 소도 서너 마리는 더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일이 더 늘어났겠지요. 그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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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키운 소들을 보내야 했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영상처럼 그 모습이 그려져서 같이 울고싶어집니다.

 

자신들을 데려갈 트럭이 오는 소리에 들판으로 달아난 소들을 데려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우는 녀석들을 차에 태워 보낸 후 그리움에 몇 달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다른 젖소를 훔쳐봤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망보기'는 떠났고 나는 '크림' 맛을 잃었습니다.

 

 

행복한 삶에 대해 폴 베델은 '단순한 삶'을 답안으로 내놓습니다.

 

그는 농장에서의 단순한 삶과 자유를 택했기 때문에 당당하게 땅의 아름다움을 누려왔다고 말합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 같은 사람은 '땅'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데 폴 베델이 이야기하는 '땅의 아름다움'을 꼭 한번 느껴보고 싶습니다.

 

난 우리의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고 있어요. 나는 늘상 땅이 그립습니다. 땅은 나와 하나입니다. // 아름다운 것은 단순한 것입니다. 아주 단순한 것.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아주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무엇인가를 남겨야 의미 있는 삶이라고 여기는 오늘날의 사고에 대해 폴 베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내가 죽으면 어떤 사람들은 '폴은 참 잘 살다 갔어'라고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폴은 진짜 형편없는 사람이었어'라고 말할 것이며, 또 어떤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우린 잊힐 존재들입니다. 그 덕분에 편히 안식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단순하고 아름답고 자유로운 삶, 폴 베델은 그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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