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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클라라 마리아 바구스(Clara Maria Bagus)의 「봄을 찾아 떠난 남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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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마리아 바구스(Clara Maria Bagus)의 「봄을 찾아 떠난 남자: 빛으로의 여행」를 읽고


문득 삶의 방향에 대한 의문이 들 때, 잊고 지내던 오랜 꿈이 되살아날 때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스위스의 작가 클라라 마리아 바구스(Clara Maria Bagus)의 책 <봄을 찾아 떠난 남자: 빛으로의 여행>입니다. 

 

촉망받는 삶을 살던 주인공 남자는 돌연 길을 잃고, 춥고 외로운 겨울의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창가에 앉은 '새' 한 마리를 따라 자신만의 봄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남자는 새의 노랫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고, 새가 무얼 원하는지도 몰랐지만, 새가 일종의 메신저임을 분명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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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흐름이 천국을 찾아 떠나는 그리스도교 순례자의 여정을 그린 소설 <천로역정 Pilgrim Progress>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정 가운데 남자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자신만의 '봄'을 조금씩 발견해 나갑니다. 고되지만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누리는 충만한 삶의 친근한 여유를 지닌 방앗간 주인은 남자에게 철학적 성찰이 담긴 말을 건넵니다.

 

"밀 수확하는 것을 도와주시겠어요?"

"안타깝지만 저는 지금 시간이 없습니다. 급하거든요." 

"많은 경우 급한 탓에 시간이 없죠."

"정말 안 됩니다. 저는 신비로운 새를 따라가야만 합니다."

 

남자에게 '새'는 이제 더 이상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저 새를 쫓기 위한 쫓음이 되고 만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또다시 길을 잃었습니다.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을까, 이미 많은 힘과 시간을 들였는데 다시 돌아가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스칩니다. 남자는 가던 길로 계속 가보기로 합니다.

 

언젠가 다시 갈림길을 만나면 봄으로 이끄는 방향을 찾아낼 수 있겠지.

 

다른 사람이 세워 둔 이정표를 따라, 누군가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길을 따라 걷습니다.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는 헛된 기대에 매달려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일, 남자의 어리석은 여정이 마치 내가 처한 현실을 보는 것 마냥 안타깝습니다.  

 

용기 내어 방향을 바꿀 생각은 않고 잘못된 길에만 충실해왔다. 그래서 그의 인생은 미로 안에서 헤매며 빠져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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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소도시에 들르게 된 남자는 그 마을의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 살아가는 모습에 감동해 자신도 이곳에 살아볼까 잠시 고민도 합니다.  

 

이 소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물과 같았다.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했다. 저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처럼 보였다.

 

저 역시 여행 중 도시 근교의 작은 마을에 방문하게 되면 그곳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나도 여기 살까, 그때부터 다른 게 보이기 시작하겠지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마을을 지나며 남자는 조금씩 '봄'에 가까워집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완전히 엉켜 있던 인생의 미로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실타래처럼 풀려나갔다. 봄을 찾아가는 여행의 매 발걸음은 이 매듭을 풀어주며 인생을 이끄는 붉은 실이 되었다.  

 

내 삶에 찾아온 '새'를 떠올려봅니다. 오로지 새를 쫓다 길을 한참 더 잃게 되기도 하지만 <봄을 찾아 떠난 남자>의 말처럼 엉킨 인생의 미로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풀립니다. 계속 걷는 일, 그것을 통해 내게 다가오는 누군가의 봄이 아니라 나만의 봄을 만날 수 있겠지요.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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