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르기트 하우스테트(Birgit Haustedt)의 「릴케의 베네치아 여행 Rilke's Venice」를 읽고
20세기 위대한 시인 릴케의 시선을 따라 떠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여행기, <릴케의 베네치아 여행 Rilke's Venice>입니다. 책은 비르기트 하우스테트(Birgit Haustedt, 1956)라는 이탈리아 문학가가 썼습니다. 예술을 사랑한 릴케도 소개하고 아름다운 역사도시 베네치아도 소개하는 기획물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는 여느 작가들처럼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를 책은 이렇게 소개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는 집도, 주소도, 고향도 없었고, 오랫동안 머무른 거처도, 직책도 없었다. 항시 그는 세상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녔으며, 그가 어디로 발걸음을 옮길지는 아무도, 심지어 그 자신조차도 미리 알 수 없었다."
릴케는 열정적인 산책가였으며 걷는 동안 사소한 것이라도 모든 걸 눈여겨봅니다. 베네치아는 대개 걸어서 며칠 동안 돌아다녔으며, 공원묘지에서는 어떤 묘비명이라도 멈춰 서서 소리 내어 읽기를 즐겼습니다. 릴케는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살펴보길 즐겼던 사람입니다.
그의 산책에 종종 동행한 오스트리아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는 릴케에게서 감지한 "거의 유일한 열정이 산책"이라고 까지 말합니다. 걸으며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남긴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책과 함께 여행은 릴케의 또다른 열정이며 생활 방식이자 시인이라는 직업의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시란 사람들이 생각하듯 감정이 아니라 그것은 체험이다. 한 편의 시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도시들을 보아야 하고 여러 사람들이나 갖가지 사물들과 접촉해보아야 한다." _Rilke
베네치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릴케는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여행 마지막날 저녁 무렵 산 조르조 마조레의 탑에 올라가 베네치아를 내려다보라는 것입니다.
"거기서 보는 달은 해의 맞은편에서 언제나 창백한 빛을 발합니다. 돌출된 종 아래로 나서면 눈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사방으로 펼쳐진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비현실적이고, 도달하기 어려우며, 환상적인 어떤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릴케가 말하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어떤 요소',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그리워하는 것이겠지요.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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