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송몽규, 백석, 정지용 시인의 시집 「동주야 몽규야: 청춘 시의 전설」을 읽고
윤동주 시인에 관한 책이 많은데 어딘가 독립출판물처럼 보이는 얇고 허술한 이 시집이 마음에 끌립니다.
시인 윤동주(1917.12.30-1945.2.16)와 그의 고종사촌이자 친구 송몽규(1917.9.28-1945.3.7)의 시를 엮은 책 <동주야 몽규야: 청춘 시의 전설>입니다. 책에는 윤동주와 송몽규의 생애도 시와 함께 곳곳에 정리해두고 있어 시와 시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는 같은해에 태어나고 같은 해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칩니다.
ㅣ윤동주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유복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그리스도인인 할아버지를 따라 기독교 풍토에서 자라납니다. 명동에서 가장 큰 기와집에 살았으며 중학생 시절부터 시를 썼으며,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한 뒤 1942년 일본으로 유학을 갑니다. 1943년 귀향 직전 항일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형무소에 수감되고 광복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945년 2월, 29세의 나이로 생을 마칩니다. 사후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간행됩니다.
ㅣ송몽규
윤동주와 같은 해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납니다. 윤동주와는 동갑내기 친구이자 고종사촌 형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명동학교 조선어 교사였던 송창희(1891-1971)의 장남입니다. 소학교 시절 윤동주는 조용한 성격인데 반해 송몽규는 적극적이며 활동적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일본 유학 중 사촌 윤동주와 함께 '재교토 조선인학생민족주의 그룹사건' 혐의로 체포되어 1945년 3월, 옥사합니다.
1925년 윤동주는 송몽규, 문익환과 함께 외숙부가 교장인 명동소학교에 입학합니다. 이곳에서 이들은 반일교육을 받습니다. 친구 문익환 목사 또한 시인으로 70세에 이르러 윤동주에게 「동주야」라는 시를 보냅니다.
너는 스물아홉에 영원이 되고 / 나는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살 먼저 났지만 /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_「동주야」 문익환
내일 내일 하기에 / 물었더니 / 밤을 자고 동틀 때 / 내일이라고 / 새날을 찾던 나는 / 잠을 자고 돌보니 /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 오늘이더라 / 무리여! 동무여! / 내일은 없나니 / ...........
_「내일은 없다(1934)」 윤동주
현재까지 발견된 송몽규 시인의 시는 단 세 편입니다. 윤동주 시인보다 먼저 문단에 집입해 수많은 작품을 썼겠지만 읽어볼 수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고요히 침전된 어둠 / 만지울듯 무거웁고 /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 험한 산길을 걷고 /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 멀-리 별을 쳐다 쉬파람 분다
_「밤(1938)」 송몽규
책 마지막 페이지에 두 시인의 연희전문학교 동기가 쓴 시가 수록돼 있습니다. 시의 첫 줄이 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문장 <동주야 몽규야>입니다.
동주야 몽규야 / 너와 즐겨 외우고 / 너와 즐겨 울던 / 삼불이도 병욱이도 / 그리고 처중이도... / 아니 네 노래 한 구절 흉내내며 땀빼던 영이도 / 여기 와 있다 // 창밖에 있거든 두드려라 // 동주야! 몽규야!
_「창밖에 있거든 두라리라(1947)」 유 영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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