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포세(Jon Fosse)의 「아침 그리고 저녁 Morgan og Kveld」을 읽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Jon Olav Fosse, 1959)의 장편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Morgan og Kveld>입니다. 이 작품은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 어눌한 구어체, 비문이 사용되는 독특한 문체로 요한네스라는 한 사람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성경 창세기 1장을 연상하게 하는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제목은 소설의 내용과 잘 어울립니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비범한 인물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단순하고 간결한 언어로 심오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노벨문학상 수여 시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혁신적인 산문"이라고 욘 포세의 글을 평가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날, 아이의 아버지가 될 올라이의 생각이 쉼 없이 이어집니다. 문장들 역시 마침표 없이 생생하게 맥락도 없고 경계도 없는 그 생각들을 고스란히 묘사해내고 있습니다.
좋은 음악은 세상사를 잊게 해주니까, 하지만 사탄이 이를 좋아할 리 없으니, 정말 훌륭한 악사가 연주를 하려 하면, 그는 늘 많은 잡음과 소음을 준비한다. 정말 끔찍하지, 이제 그의 아들은 어머니의 몸속에서 나와 저 밖의 험한 세상에서 제 삶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 부질없는 생각들은 그만둬야지, 이게 대체 뭔가,
마치 글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듭니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사는 나이 든 요한네스입니다. 전지적 시점인 듯, 일인칭 화자의 발언인 듯 묘하게 섞인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어쩌면 뒤죽박죽인 우리 머릿속은 이러한 문체를 무의식적으로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서 일어나야지 하면서 그대로 누워 있다, 바깥 날씨는 다시 흐려졌을 테니까, 보나마나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돌풍이 불겠지, 오늘은 뭘 해야 하나? 온종일 틀어박혀 있을 수도 없고,
마침표가 등장하는 문장을 하나 발견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머릿속에서 쉼 없이 흘러가는 생각과 번뇌들이 잠시 멈춰서는 순간입니다. 바로, 확실한 것은!
확실한 것은, 그가 올라이이고 어부이며 마르타와 결혼했고 요한네스의 아들이며 이제, 언제라도, 조그만 사내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이며, 아이가 할아버지처럼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좋은가, 그곳은?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인간은 ㅡ적어도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ㅡ 두 번 다른 세상으로 건너갑니다. 태어날 때와 돌아갈 때. 요한네스는 이제 곧 가게 될 새로운 세상에 대해 담백한 어투로 묻습니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는 답변이 무신경하게 들리지만 진실은 늘 싱거운 법이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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