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슈타인 가아더(Jostein Gaarder)의 「밤의 유서 Akkurat Passe」를 읽고
노르웨이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요슈타인 가아더(Jostein Gaarder, 1952)의 소설 <밤의 유서 Akkurat Passe>입니다. 소설의 형식을 통해 철학을 대중화한 작가,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를 따르는 수식어입니다.
이 책 <밤의 유서>에서 요슈타인 가아더는 한 남자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 인간은 무엇인가? 내가 누구인가? 존재는 우연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죽음의 과정을 견딜수 있나? 같은 수많은 철학적 질문을 숨겨두고 있습니다.
죽음을 성찰하게 하는 <밤의 유서>에 철학적인 조언은 없습니다. 그저 알버트를 통해 담담히 보여줄 뿐입니다.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주인공 알버트.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서를 남기는 것, 그리고 이미 가까이 와있는 마지막을 스스로 앞당길 것인가를 택하는 것입니다.
오늘 밤 동안 글을 써 보려 한다. 나 스스로에게 부여한 마감은 이십사 시간이다.
허무와 공포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노트에 적어내려갑니다.
인간의 삶을 풍성하게 채우는 유대적인 관계, 온갖 느낌과 감정, 삶의 경험과 기억들. 하지만 삶이 끝나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은 형태도 없이 사라지며 잊히고 만다.
생의 마지막을 앞둔 알버트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씁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은 마치 스스로의 의식을 가진양 죽음에 대한 우주론적 성찰로 그를 이끌어갑가고, 자신의 글 속에서 알버트는 인간 존재의 경이를 발견합니다.
인간이 단순히 물리적, 화학적 요소에 기반한 우연의 산물이라는 사실에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 나는 왜 이러한 것들에 집중하고 있는가? 바로 희망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 희망이란, 거대한 사막에서 우연히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발견했을 때처럼 경이로운 것이 아닐까.
유언과도 같은 글을 마무리하고 알버트는 다음 질문 앞에 섰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온 가족이 관계되는 질문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달 남지 않은 불명예스러운 시간을 살아내야 할까? 아니면 내 손으로 모든 것을 끝내 버리는 것이 더 나을까? / 매분 매초 내 삶을 타인의 정성과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비참하기 짝이 없다.
이십사 시간의 고뇌 끝에 결국 알버트는 밤새 써내려간 글을 태우고, 삶을, 사랑을, 택합니다.
"힘내요. 알버트. 언제 세상을 떠날지는 몰라도 그 순간 당신은 딱 적당한 시간에 떠났다고 분명히 느낄 겁니다."
이 책의 '해설'을 맡은 강신주 철학자가 주인공 알버트에게 남긴 글입니다. 끝을 두려워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위로의 말로 들립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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