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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올리비에 게즈(Olivier Guez)의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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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게즈(Olivier Guez)의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을 읽고


순박한 사람에게 그토록 나쁜 짓을 하고 그의 고통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던 너 무사하리라 생각지 마라. 시인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니 _체스와프 미워시

 

프랑스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올리비에 게즈(Olivier Guez, 1974)의 책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La disparition de Josef Mengele>입니다. 책의 주인공 요제프 멩겔레(Josef Mengele, 1911-1979)는 1943년 5월부터 1945년 1월까지 아우슈비츠에서 일한 악명 높은 전범으로 끝까지 숨어 살며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저자 올리비에 게즈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그의 행적을 추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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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대로 멩겔레는 독일 패전 이후 남미 지역으로 도피합니다. 이후 '그레고어'라는 가명으로 단순노동을 하며 그곳에서의 생활을 이어갑니다. 멩겔레는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여러 차례의 위기 상황을 아버지의 돈으로 해결하며 목숨을 부지해 나갑니다.

 

당시 남미 지역은 수많은 전범들을 받아들였고 여기에는 멩겔레뿐만 아니라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의 상징이기도 한 아돌프 아이히만(Adolf Eichmann, 1906-1962)도 포함됩니다.

 

1940년대 말,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도망자로 전락한 쓰레기들이 모여드는 수도가 되었다. _「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가운데

 

 

1956년 11월,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 "그가 현재 어디에 거주하고 있든 관계없이" 체포 영장이 발부됩니다. 그리고 1960년 5월, 전범을 태운 비행기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 텔아비브로 날아갑니다. 다음은 멩겔레차례입니다. 

 

1960년 6월, 멩겔레에 대한 체포영장이 떨어지고,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때부터 그는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저주'에 내맡겨졌습니다. 지상을 떠돌며 끊임없이 도망치는 삶이 시작됩니다. 실제 그가 남미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사실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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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미 곳곳에 숨어 지내던 멩겔레는 1979년, 브라질의 한 해변에서 심장마비로 자연사하고 가짜 이름으로 묻힙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1993년에야 무덤 주인의 신원이 확인됩니다. 

 

그는 아무도 몰래, 자신이 저지른 무수한 죄들에 대해 인간들의 심판도 희생자들의 심판도 직면하지 않은 채 죽었다. 다음 날, 멩겔레는 가짜 이름으로 엥부에서 화장되었다. _「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가운데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마지막 에필로그 「유령」에서 올리비에 게즈는 당부하듯 이 문장을 남깁니다. 

 

2세대 혹은 3세대가 지나가고, 기억이 차츰 퇴색하고, 학살의 마지막 증언자들이 사라지면, 이성이 흐려지고, 인간들은 다시 악을 퍼트리러 나타날 것이다.

 

경계하라. 인간은 외부의 영향에 쉽게 변화하는 생물이다. 인간을 경계해야 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문장입니다.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언급한 '행정적 대량학살'이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조금 더 확실해집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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