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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인간의 조건」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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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인간의 조건 The Human Condition」을 읽고


독일 출신 작가이자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의 철학서 <인간의 조건 The Human Condition>입니다.

 

알려진 대로 한나 아렌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어떻게 근본악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가"를 철학적 화두로 여러 책을 집필합니다. 이 책 <인간의 조건(1958)>은 '근본악'을 다룬 그의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1951)>과 <정신의 삶(1978)>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철학분야에 관한 공헌은 20세기와 21세기 정치 이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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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렵습니다. 이 책에 관한 해설을 참조해 가며 읽어봅니다.

 

생소한 철학 용어들은 책 후반부에 따로 정리해놓고 있는데 그것만 읽어도 책 한 권 읽은 느낌입니다. 예컨대 '관조적 삶(vita contemplativa)', '호모파베르(homo faber)', '활동적 삶(vita activa)', '노동하는 동물(animal laborans)' 등입니다. 

 

인간의 조건(human condition) 인간이 지구 위에서 실존하는 데 필요한 근본조건을 의미한다(...) / 지구소외(earth alienation) 아르키메데스의 관점을 계승하는 현대과학은 결과적으로 지구소외를 야기한다(...)

 

 

영국의 정치 이론가 마가렛 캐노번(Margaret Canovan, 1939-2018)이 쓴 '개정판 서문'에 언급된 한나 아렌트의 말에서 그의 진정한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네가 쓴 무엇인가를 세계로 내보내어 그것이 공공의 것이 될 때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자유가 있음은 명백하다. 또 그래야만 한다. 나는 이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다. 당신이 독립적으로 생각해 온 것을 무슨 일이 있어도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그 생각을 갖고 하는 일부터 배우려 해야 한다." 

 

_Hannah Arendt

 

 

한나 아렌트는 이 책 <인간의 조건>을 스스로 평가하면서 자신의 다른 저서들 보다 먼저 읽어야 할 하나의 서문처럼 여긴다고 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인류가 최근의 경험들로부터 인간의 조건(human condition)을 재조명하기를 제안합니다. 

 

지구는 가장 핵심적인 인간의 조건이다. 지구는 우주에서 인간이 별다른 노력 없이 그리고 그 어떤 인공물도 없이 움직이고 숨 쉴 수 있는 거주지를 제공하는 유일한 곳이다. 현재 진행되는 위대한 과학적 연구의 상당수는 인간생명을 '인공적'으로 만듦으로써 인간을 자연의 자녀에 속하게 하는 마지막 끈조차 없애려고 한다.

 

_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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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소유된 노예는 주관적인 행복과 무관하게 사적 영역에 감금되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공론 영역(The Public Realm)은 본성적으로 사적 영역(The Private Realm) 보다 더 높은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공론 영역은 말과 행위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간, 즉 '자유의 영역'입니다. 사적 영역은 생물학적 욕구와 필요가 충족되는 필연성의 영역, 그러나 정치적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힘이 '박탈된' 영역이라고 설명합니다.

 

모든 인간이 필연성에 예속되어 있다는 사실은 타인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다. (...) 행복한 삶은 우선 부와 건강에 의존하는 객관적 상태다. 가난하거나 아프다는 것은 신체의 필연성에 구속되어 있음을 의미하고 노예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폭력에 예속된다는 의미다. 노예의 양면적이고 이중적인 '불행'은 노예의 주관적인 행복과는 전적으로 무관하다. (...) 사람들은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노동을 가내노예들의 안일한 생활보다 선호했다.

 

_제2장 공론 영역과 사적 영역 「5. 폴리스와 가정경제」

 

 

활동적인 삶(vita activa)의 개념에서 인간의 근본 활동을 노동(labour), 작업(work), 행위(action)로 들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노동과 작업에 비해 행위만이 삶에서 인간의 조건과 가장 친밀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즉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는 '정치적 행위'를 말합니다.

 

인간의 창조와 함께 시작의 원리도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이것은 인간이 창조되었을 때 비소로 자유의 원리도 창조되었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사건의 예측불가능성'은 모든 시작과 기원에 내재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것은 언제나 기적으로 위장해서 나타난다.

 

_ 제5장 행위 「24. 말과 행위 속에서 드러나는 인격」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 근대적 근본악을 온몸으로 겪고, 평생 철학자로서 이를 극복할 '인간의 조건'을 사유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사유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철학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4.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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