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예 박사의 「테오도르 아도르노, 계몽의 변증법」을 읽고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Ludwig Wiesengrund Adorno, 1903-1969)의 대표 저서 <계몽의 변증법>을 새로운 시각으로 독해한 이순예 박사의 <테오도르 아도르노, 계몽의 변증법>입니다. 2016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해하기 어려움'의 아우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봅니다.
<계몽의 변증법 Dialektik der Aufklarung>은 1947년 출판된 책으로 프랑크푸르트학파 철학자 막스 호르크하이머와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쓴 사회평론서입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지만 일단 읽습니다. 나중에 찾아보겠습니다.
'아도르노의 비판이론'이라는 제목의 서론에서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의도를 설명합니다.
경험주의와 실용주의에 치우친 한국의 인문학 흐름을 그 반대편에 있는 이상주의와 조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계몽의 변증법>을 소개한다고 말합니다.
한국 인문학 전통은 경험주의와 실용주의에 깊숙이 경도되어 있는 형편이다. 경험주의와 실용주의가 과도해지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는 까닭은 한국 사회가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토대로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편향은 매우 우려할 만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균형을 되찾도록 하기 위해 정반대 방향에 있는 이상주의 문화전통을 직접 소환하는 글을 쓰게 되었다. _서론 가운데
조금 더 읽어나가다 보면 <계몽의 변증법>의 성격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하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순예 박사는 <계몽의 변증법>은 자기파괴 과정에 얽혀 드는 계몽을 밝은 빛 아래로 끌어낸다며 계몽에 대한 메타계몽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메.타.계.몽.
책의 본론은 테오도르 아도르노 비판이론의 10가지 요체ㅡ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책, 이성의 몫, 근대성 이념의 불구화, 계몽과 비판, 자유와 이탈의지,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 자율에서 시작되는 현실 극복 서사, 자유 예술과 가벼운 예술, 논문과 단상, 계몽과 진리ㅡ를 기초로 <계몽의 변증법>을 독해합니다. 제가 이해 가능한 수준에서 몇몇 문장을 공유해 봅니다.
'4장 계몽과 비판'에 나오는 견해입니다.
<계몽의 변증법>이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책이 되는 이유는 이 무능과 한계를 낱낱이 거론하기 때문이다. 현대 문명을 불의로 만드는 궁극의 원인은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아니다. 그 체제의 팽창 메커니즘에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인간의 내적 허약함이 관건인 것이다.
'8장 자유 예술과 가벼운 예술'에서는 오늘날 예술이 맡아야 할 역할을 제시합니다.
예술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야 한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강제해야 한다. 현재 결핍된 것을 채우라는 강제. 오늘날 우리에게는 영혼이 필요하다. 영혼을 느끼라고 강제하는 예술이 필요하다.
'10장 계몽과 진리'에서는 문명화 과정에 대한 메타 계몽을 통해 진리를 고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나름의 깨달음이 있어 여러 번 읽고 또 읽었습니다.
계몽을 통한 문명화 과정은 '지배의 역사'일 수밖에 없다. 자연에서 몸을 빼내 문명사회로 옮겨 오는 '깨어남'은 개인과 그 개인을 둘러싼 안팎의 자연 모두에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면서 진행되었다. 이 지배와 폭력의 문명사를 자신의 삶으로 직접 살아낸 최초의 시민적 개인은 이제 그것을 '지나간 일'로 받아들임으로써 화해를 준비한다.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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