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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영원의 수업 Per sempreㅣ수산나 타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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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원의 수업 Per sempreㅣ수산나 타마로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수산나 타마로(Susanna Tamaro, 1957)가 2011년 출간한 서간 형식의 장편소설 <영원의 수업, Per sempre>입니다. 수산나 타마로는 가족의 사랑을 통해 운명을 성찰한 <마음가는 대로>를 쓴 작가로 이 책 역시 인간의 삶에 관한 고뇌를 다루고 있습니다.

 

의사였던 주인공 마테오는 한순간에 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고 자신을 놓아버립니다. 15년간 세상과 동떨어져 삶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분투합니다.

 

'인생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는가?', '그것은 언제 끝나는가?', '신은 어디 계시는가?',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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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는 산기슭 오두막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산행 중 그곳에 들르는 이들에게 물, 포도주, 치즈를 필요한만큼 대접하고 이야기도 종종 들어줍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이곳은 대피소예요? 아님 농가? 민박집?" "당신은 사제인가요? 직업이 뭔가요?" 같은 질문으로 마테오를 정의 내리려 합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형용사 또는 명사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 우리는 상대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어떤 관계도 맺지 않고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은 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다. 

 

 

자동차 결함인지 아내가 의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내와 아이가 탄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합니다. 마테오는 그렇게 떠나버린 아내 노라를 향해 이 편지 <영원의 수업>을 씁니다. 벗어날 수 없는 절망의 언저리를 걷고 또 걷습니다.   

 

모든 비극에는 '만일'이라는 비가 쏟아져 내리지. 그리고 이 '만일'은 그 비극을 함께한 사람에게 돌덩이 같은 배낭이 되고 영원히 그걸 메고 다녀야 해. 다른 모든 '만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만일'은 딱 하나야. 만일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마테오의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눈이 보이는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라며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고, 또 그것을 중요시하는 분입니다.

 

아내와 아들을 잃은 후 세상을 놓아버린 아들에게 남긴 유언에서 절절한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네가 지나가며 남긴 냄새는 나를 속이지 못해. 너는 되는 대로 살아가고 있어. 넌 표류하는 중이지. 집에 오면 넌 내게 모든 게 아무 문제 없다고 쉴 새 없이 말하는데 그게 바로 네가 아프다는 신호지. 나는 알고 있다. 혹시 나를 보호해주고 싶은 거냐? 아니면 네 모습을 내게 보여 주기 부끄러운 거냐? 내가 네 아버지이기에 마음이 말할 수 없이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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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의해 정의된 삶을 살았던 마테오는 사실 어릴 적 동물을 좋아하고 외형보다는 숨겨진 진실에 집중하는 예민한 소년이었습니다. 

 

나는 종종 고독이 예민함을 가중시키는 건지, 아니면 예민함이 지나쳐서 고독을 선택하는 건지 스스로 물어보곤 하지. 

 

산에 살며 그 감각이 조금씩 다시 살아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걸음걸이로 사람들을 구별하는 법을 배웠어. 고독 속에서 보낸 길고 긴 세월, 소리 없는 밤, 자연의 소리라는 친구들로 말미암아 내 마음속에 다른 형태의 지각이 발달한 거야. 

 

 

 

어느날은 나단이라는 이름의 앳된 청년이 마테오의 산 속 오두막을 찾아옵니다. 며칠을 묵으며 둘 사이에 여러 대화가 오가고 마테오는 '산 사람'답게 그럴듯한 교훈도 늘어놓습니다. 

 

"밖에 있는 것은 우리 안에 가진 걸 비추는 거울일 뿐이라네. 우리 내면을 쓰레기처럼 다룬다면 우리 주변이 마법처럼 정원으로 바뀌리라는 상상도 할 수 없어."

 

그러나 사실 마테오는 나단에게 용서를 빌어야할, 부끄러운 잘못을 한 사람입니다. 누군가를 어떤 형태로든 판단해서도, 지나치게 교훈을 늘어놓아서도 안된다는 걸, 그럴 자격이 우리에겐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마테오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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