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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반딧불이ㅣ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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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반딧불이ㅣ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원작 단편소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1949)의 초기 단편집 <반딧불이>입니다.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는데 그 가운데 표제작인 <반딧불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7년 발표한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의 모티프가 된 원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 앞부분 내용이 <반딧불이>와 거의 같습니다. 

 

내게 단편이라는 포맷은 다양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점검하고 시도해보기 위한, 이른바 테스트 코스 같은 장이었다. _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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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주인공은 고교시절이던 17세에 친한 친구를 잃습니다. 전날까지 당구게임을 했던 친구가 다음날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이 사고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고뇌하게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로 나왔을 때 내가 할 일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ㅡ그것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잘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내 안에 무언지 모를 부연 공기 같은 것이 남았다. 나는 그 형태를 말로 바꿀 수 있다. 이런 말이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대학에서 만난 아주 독특한 기숙사 룸메이트 역시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하는데 '지도'라는 단어만 유독 더듬는 지도를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강렬한 소망이 말을 더듬게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도, 가야할 방향을 몰라 방황하는 스무 살 청춘을 암시하는 소재로도 보입니다. 

 

"나는 지, 지, 지도 공부를 하고 있어." /  "지도를 좋아해?" / "응, 졸업하면 국토지리원에 들어가서 말이야, 지, 지도를 만들 거야." / 세상에는 실로 다양한 종류의 소망이 있구나,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도'라는 말을 할 때마다 더듬는 인간이 국토지리원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는 것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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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에 죽은 친구의 여자친구와 가끔 연락하고 지내던 주인공에게 돌연 편지 한 통이 전해집니다. 당시 남자친구의 사고로 정신적 문제를 오래 겪었고 대학 휴학 후 교토의 요양소에 들어간다는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내심 호감을 품고 있던 주인공에게 이 소식은 또 다른 좌절과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이건 정말 내가 전부 감수해야 하는 일이야. 지난 일 년 남짓 나는 그걸 계속 미뤄왔고, 네게도 많은 걱정을 끼쳤던 것 같아. 그리고 아마 이게 한계일 거야. 자세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쓸게. 지금은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

 

갓 스무살인 이들이 가까운 친구를 잃고 나서 겪는 혼란과 고통이 편지에 묻어납니다.

 

 

'지도'를 좋아하는 룸메이트가 어느날 병에 담긴 반딧불이를 선물합니다. 주인공은 옥상에 올라가 병 입구를 열어 반딧불이가 나갈 수 있게 해 줍니다.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꼼짝도 않던 반딧불이는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날아오릅니다.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듯 급수탑 주변에서 재빠르게 호를 그렸다. 반딧불이가 사라진 후에도 그 빛의 궤적은 내 안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 작은 빛은, 언제나 내 손가락 조금 앞에 있었다.

 

갑작스레 잃어버린 친구, 그 상처로 떠나버린 또 다른 친구, '지도'를 좋아하는 룸메이트, 손에 잡히지 않는 반딧불이의 빛, 갈피를 잡을 수 없는 20살 인생을 잘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자신만의 '지도'를 무사히 그려내길 바라봅니다.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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