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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눈뜬 자들의 도시ㅣ주제 사라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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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눈뜬 자들의 도시ㅣ주제 사라마구 José Saramago,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소설가이자 언론인 주제 사라마구(José Saramago, 1922-2010)의 2004년 작품 <눈뜬 자들의 도시>입니다. 1995년 <눈먼 자들의 도시> 출간 9년 만에 나온 소설로 권력의 우매함, 민주주의제도의 허점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전작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이 세상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사람만 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일어나는 위험사회를 경고한 주제 사라마구는 <눈뜬 자들의 도시>를 통해 두 눈 부릅뜬 사람들이 주시하는 권력사회를 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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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는 두 차례에 걸친 선거에서 모두 '백지투표' 사태가 벌어진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투표 결과를 놓고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그것이 시민에 의한 정부 불신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립니다.

 

우익정당 팔 퍼센트, 중도정당 팔 퍼센트, 좌익정당 일 퍼센트, 기권 없음. 무효표 없음. 백지투표 팔십삼 퍼센트. /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 각하와 논의한 끝에 현 정부의 정통성에 문제가 제기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의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합니다. 

 

 

유권자의 83%가 백지투표 용지를 던지는 사상 초유의 일, 정부관료들과 정치인들은 도시에 비밀경찰을 투입하고 거짓말 탐지기로 시민들을 조사하며 '음모'라고 정의 내린 이 사태의 배후를 캐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가끔 두려움 때문에 또 가끔 자신의 이익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 가끔씩은 거짓말이 진실을 방어할 유일한 수단임을 적시에 깨닫는 바람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 권리란 추상적인 게 아니지요. 존중받지 못할 때도 계속 존재하니까요.

 

 

주제 사라마구는 <눈뜬 자들의 도시>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해 공권력의 치졸함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우리가 선택한 탄압 조치가 가혹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강압적인 방법들의 수위를 계속 높인다면, 또 반역자들의 반응이 계속 지금까지와 같다면, 즉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우리는 독재적 성격을 가진 극적인 조치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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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정부는 '음모' 배후로 추정되는 한 인물을 찾아냅니다. 전편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눈뜬 자'에 속했던 한 여자, 안과의사의 부인을 용의자로 지목합니다. '눈먼 자'와 '눈뜬 자',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것은 정 반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여자가 현재의 실명, 우리의 정치 생활과 민주적 체제에 다시 도착과 부패라는 위험한 병균을 들여놓은 이번 실명에 책임이 있는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가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느냐 <눈뜬 자들의 도시>가 되느냐는 한 두명의 '눈뜬 자'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이것에 대해 저자 주제 사라마구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분류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어리석은 자와 영리한 자로 나누는 게 아니야. 영리한 자와 지나치게 영리한 자로 나누는 거지. 어리석은 자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영리한 자는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좋지. 하지만 지나치게 영리한 자는 우리 편에 있어도 여전히 기본적으로 위험해.

 

지나치게 영리한 자들은 무슨 일을 하든 늘 자기한테 경계심을 풀지 말라고 경고를 하듯이 행동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그 경고를 가볍게 넘깁니다. 

 

 

책 마지막 페이지, "나는 개 짖는 소리가 싫어."라는 대사는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온 "짖자. 개가 말했다."라는 표현에 정확하게 호응합니다. 소설 속 장치인 상징과 암시가 소름돋을만큼 절묘합니다. 

 

전편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눈먼 자'가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마지막 장면이 '눈먼 자'의 목소리로 끝나는 게 어딘지 꺼림직합니다.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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