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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알레프 El Alephㅣ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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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알레프 El Alephㅣ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1899-1986)의 단편집 <알레프 El Aleph>입니다. 1949년 출간된 작품집으로 표제작 <알레프>를 포함해 총 열 일곱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주로 형이상학적이고 환상적인 내용의 단편들로 보르헤스 특유의 사고실험과 추리 기법이 사용됩니다. <알레프>는 보르헤스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대표작입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카를로스 푸엔테스 등 중남미에 마술적 사실주의, 환상문학의 대가들이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문학적 천재가 탄생하기 적합한 기후 환경 조건이 있는 것인지. 제 짧은 이해와 상상력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르이지만 또 도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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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죽지 않는 사람

 

첫 번째로 수록된 단편 <죽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 작품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영원회귀'와 같은 개념을 이면에 품고 있습니다.  

 

죽을 운명의 모든 존재들에게는 모든 것이 회복할 수 없고 불안한 가치를 지닌다. 반면 '죽지 않는 사람'들에게 각각의 행동은 과거에 그 행동이나 생각보다 먼저 일어났던 다른 행동이나 생각의 메아리이다. 그리고 미래에 어지러울 정도로 되풀이된 또 다른 행동이나 사고의 정확한 예언이기도 하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피조물은 죽지 않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알레프>를 통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역시 '죽지 않는 사람'이 되는 영광이자 고통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죽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다. 인간을 제외하고 모든 피조물은 죽지 않는 존재이다. 그것은 그들이 죽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신성한 것, 무서운 것, 불가해한 것은 자기 자신이 죽지 않는 존재임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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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알레프

 

표제작 <알레프>입니다. 작품에서 '알레프(El Aleph)'는 우주 만물과 모든 시간을 담은 3cm가량의 구슬을 말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보르헤스가 즐겨 쓰는 주제인 '이중 주체'와 '다중 우주' 등 다양한 개념들이 사용되는데 덕분에 20세기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공헌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보르헤스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스의 사촌 카를로스 아르헨티노로부터 '알레프'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삼촌들은 내게 그 계단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했어. 그런데 누군가가 그 지하실에 하나의 세상이 있다고 말했어. 나는 몰래 내려갔고 나는 '알레프'를 보았지." / "알레프라고요?" / "그래, 모든 각도에서 본 지구의 모든 지점들이 뒤섞이지 않고 있는 곳이야."

 

직접 눈으로 확인한 '알레프'는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우주'였습니다. 보르헤스는 알레프에서 본 것들을 나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알레프에서 본 '우주'에 무한한 존경과 무한한 연민을 느낍니다. 

 

알레프의 직경은 2~3cm 정도 되는 것 같았지만, 우주의 공간은 전혀 축소되지 않은 채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각각의 사물은 무한히 많은 사물들이었다. 나는 사람이 붐비는 바다를 보았고, 여명과 석양을 보았으며, 아메리카 대륙의 군중을 보았고, 검은색 피라미드의 한가운데에 있는 은색 거미줄을 보았으며, 산산조각 난 미로를 보았고...

 

 

알레프에서 본 광경들, 사람들,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시간들, 그 때문에 보르헤스는 마주치는 모든 얼굴들을 아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것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알레프'가 거꾸로 되묻는 듯합니다. 

 

그 어떤 것도 이제는 나를 놀라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내가 이미 보았던 것에서 다시는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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