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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아우라 Auraㅣ카를로스 푸엔테스 Carlos Fue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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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우라 Auraㅣ카를로스 푸엔테스 Carlos Fuentes


멕시코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Carlos Fuentes, 1928-2012)의 장편 소설 <아우라 Aura>입니다. 저자는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Gabriel Jose Marquez, 1927-2014), 페루 작가 바르가스 요사(Jorge Vargas Llosa, 1936) 등과 함께 '마술적 사실주의' 작가로 손꼽히는데 그래서 소설은 다소 혼란스럽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번 읽고, 해설을 본 뒤 다시 읽어도 명쾌하게 무릎을 칠 수 없는 답답함이 남습니다.

 

<아우라 Aura>에서 사용되는 2인칭 화법이 매우 독특한데 마치 '주술'처럼 느껴집니다. 주인공 펠리페를 '너'라고 칭하는 화자는 펠리페의 또 다른 자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 실제와 환상을 넘나드는 묘한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신비로운 활자숲에서 반드시 길을 잃게 됩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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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광고를 읽어. 너는 곱씹어 읽어 보지. 바로 너를 위한 광고야. 소르본 대학 장학생이었던 펠리페 몬테로 구함.

 

주인공 펠리페는 어느날 신문에 난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에서 콘수엘로 부인과 그녀의 아름다운 조카 아우라를 만나게 됩니다. 그에게 맡겨진 일은 60년 전 죽은 콘수엘로 부인의 남편 요렌테 장군의 원고를 정리하는 것인데 특이사항은 그 집에서 숙식을 한다는 조건입니다. 

 

 

'숙식' 조건에 고민하던 펠리페를 붙잡은건 아우라의 미모입니다. 

 

그녀의 두 눈에서 너는 파도치다 이내 잠잠해지곤 다시 파도를 일으키는 초록빛 바다를 발견해. 그 눈망울들을 바라보며 넌 꿈이 아니라고 자신을 다독여. 끊임없이 출렁이며 변화하는 이 눈... 

 

 

일을 맡은 다음 날부터 기묘한 일상이 펼쳐지고 의문들에 대해 그 누구도 펠리페나 독자에게 시원히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기괴함 속에서도 펠리페는 아우라에 대한 사랑을 키우게 되고 둘은 잠자리를 같이 합니다. 세 번의 잠자리를 통해 펠리페는 더 깊은 덫에 빠집니다. 

 

"아우라,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 "영원히라고요? 맹세할 수 있나요? 내가 늙어도? 미모를 잃어도? 백발이 되어도?" / 영원히, 항상. 맹세하지. 그 어떤 것도 너와 날 갈라놓을 수 없어."

 

아우라의 되풀이되는 질문이 약간 의아하지만 나중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서글픈 결말의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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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수엘로 부인과 조카 아우라의 행동이 묘하게 같은 상황도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1초 간격을 두고 둘은 동일한 움직임을 하고 있습니다. 스무 살이 채 안되어 보이던 아우라가 어느 날은 중년 여인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소설의 2인칭 화법은 읽을수록 어딘가 최면에 걸리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펠리페가 최면에 걸려 이 집의 기괴한 덫에 빠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오늘 그녀는 마흔 살 중년 여인 같다고 생각해. 어제와 오늘 사이에 초록색 눈동자가 어딘가 굳어 있고, 붉은 입술이 거무스름해진 그녀는 이전의 자연스러움을 잃고 짐짓 어색한 미소를 짓는 것 같아. 

 

 

마침내 펠리페는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에서 비밀, 혹은 신비한 환상을 마주합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마술의 세계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우라가 노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는데, 그 노인은 말이지... 바로 너야. 너는 너 자신을 지우고 잃어버린 채 살아왔지. 하지만 바로 너야. 너란 말이야.   

 

요렌테 장군이 펠리페 자신입니다. 이젠 누가 현재에 있고 누가 과거에 있는지, 과거와 현재가 어느 지점에서 만나는지, 어느 지점이 환상인지 조차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펠리페를 '너'로 칭하는 화자가 '요렌테 장군'인지, 아우라가 콘수엘로 부인의 과거인지, 그렇다면 콘수엘로 부인의 남편이 펠리페인지, 기묘합니다. 

 

 

"돌아올 거예요. 펠리페, 우리 함께 그녀를 데려와요. 그녀를 다시 돌아오게 할 거예요....."

 

콘수엘로 부인의 마지막 대사입니다. 이 책의 해설에서 보면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젊음과 사랑에 집착한 콘수엘로 부인의 왜곡된 욕망이 허상을 만들어낸 것이라는데, 아름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콘수엘로 부인은 마술사입니까? 일차원적인 질문을 던져봅니다.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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