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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여름비 Summer Rainㅣ마르그리트 뒤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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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름비 Summer Rainㅣ마르그리트 뒤라스 Marguerite Duras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1914-1996)가 1990년 출간한 소설 <여름비 Summer Rain, La Pluie d'été>입니다. 동화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1985년 영화 'Les Enfants'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여름비>에는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주로 다루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 고립된 가족, 불가능하기에 아름다운 사랑 같은 소재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게다가 소설에 희곡을 삽입한 낯선 형식은 모든 게 이상한 어느 이민자 가족의 모습을 오히려 더 잘 대변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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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프랑스 파리 근교 비트리에 사는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부는 프랑스에서 만났고 7명의 남매를 두고 있으며 남편은 이탈리아, 아내는 폴란드 출신입니다. 이들은 마땅한 직업 없이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주로 주인공인 12살 장남 에르네스토와 11살 장녀 잔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어린 동생들은 첫째 에르네스토에게 전적으로 의지합니다. 동네에 부모와 관련한 나쁜 소문이 돌아도 '떠들게 내버려둬. 우리는 비트리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야.'라는 말로 동생들을 위로합니다.

 

 

<여름비>의 주된 이야기 흐름은 아이들이 발견한 '불탄 책'에서 시작됩니다. 검은 가죽 표지로 된 두꺼운 책, 여기저기 불탄 책, 성경입니다. 에르네스토는 창고에 틀어박혀 책을 탐독합니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에르네스토는 불현듯 불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고 신과 인생의 비밀을 엿보게 됩니다. 이후 피상적인 지식만 가르치는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합니다.

 

이 책만큼 잔혹하게 훼손된 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가장 어린 동생들은 울었다. 불탄 책을 발견하고 난 후 에르네스토는 며칠 동안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책을 가지고 창고에 틀어박혀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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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네스토의 어머니는 마을에서도 가족 내에서도 이방인 같은 사람입니다. 오직 에르네스토에게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불탄 성경 책과 어디에도 속하고자 하지 않는 폴란드 출신 어머니, 신과 천재소년 에르네스토, 명확한 설명 없이 암시들만 툭툭 던져집니다.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에밀리오에게마저도 이방인으로 남길 원했다. 에르네스토만 제외하고. 에르네스토는 그녀의 아이들 중 유일하게 신에 대해 관심을 갖는 아이였다.  

 

 

어머니의 말입니다. 

 

언젠가는 모두 서로와, 영원히 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들 사이에 머지않아 이별이 하나씩 생겨날 거라고. 그다음엔 남아 있는 이들이 자기 차례가 되면 사라져갈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에르네스토의 말입니다.

 

에르네스토는 동생들에게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비트리에 있는, 이스라엘의 마지막 왕은 그들의 부모님이라는 것을.

 

<여름비>는 에르네스토가 가족들을 떠나고, 잔 역시 집을 떠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죽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남은 다섯 아이들은 고아원에 잠시 맡겨졌다가 학교 교사에게 입양됩니다. 어머니의 말처럼 온 가족이 모여 행복을 누리며 살던 삶의 한 '순간'은 지나가고, 그렇지만 인생은 또 그렇게 이어집니다.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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