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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좀도둑 가족ㅣ고레에다 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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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도둑 가족ㅣ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어느 가족>


2018년 개봉한 일본 영화 <어느 가족>을 소설로 옮긴 고레에다 히로카즈(1962)의 <좀도둑 가족>입니다. 영화감독이자 다큐멘터리 연출가, 작가이기도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어느 가족>으로  제71회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합니다.

 

저는 영화는 보지 못했고 소설만 읽었는데 뭔가 '어... 어...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쌓아온 도덕과 윤리 기준에 맞지 않는데 그 부분을 나무라기엔 진실이 어디에 있는가 고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율법과 은혜', 기독교 가치 기준으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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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타 가족의 가업은 좀도둑질입니다. 천연덕스럽게 훔치는 할머니 하쓰에, 할머니 집에 얹혀 살며 좀도둑질하는 아버지 오사무, 가업을 배우는 아들 쇼타, 어머니 노부요, 어머니의 이복동생 아키, 그리고 어느 날 쇼타네와 함께 살게 된 어린 소녀 린, 이렇게 여섯 명이 <좀도둑 가족>을 구성합니다. 

 

린이 린이 아닌 것처럼 노부요는 노부요가 아니며, 오사무도 오사무가 아니다. 아키를 포함해 이 집에 사는 가족은 하나같이 두 이름을 갖고 있었다.

 

특이한 건 이들 가족은 모두 이름이 두개입니다. 뭔가.. 산뜻하지 못한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오사무에게 좀도둑질을 배운 쇼타는 죄책감이 뭔지 조차 모릅니다. 새 가족이 된 여동생 린에게도 '가업'을 가르쳐 주려는데 이를 눈치챈 가게 주인 할아버지의 한 마디에 마음속 어딘가에서 제동이 걸립니다.

 

"대신.... 동생한테는 시키지 마라." 할아버지의 한마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쇼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가슴 깊은 곳에서 몇 번이고 씁쓸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이것이 나쁜 일이라는 인식조차 못했던 쇼타의 양심이 작동합니다. 굉장히 지혜롭고 가슴 따뜻한 주인 할아버지입니다. 

 

쇼타는 이것에 대해 어머니 노부요에게 물어보게 되고 '씁쓸한' 대화가 오갑니다. 

 

"그럼 좀도둑질은?" / "아빠는 뭐래?" / "가게에 진열된 물건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노부요는 씁쓸하게 웃었다. 분명 그(오사무)도 부모에게 그렇게 듣고 믿었을 것이다. / "가게가 망하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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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질을 하려던 동생 린을 지켜주기 위한 쇼타의 의로운 행동 덕분에 <좀도둑 가족>들이 모두 경찰에 붙잡히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경찰 조사를 받는 이들을 통해 독자들은 '범법자'와 '가족' 사이 어딘가에 있는 이상한 가족을 보게 됩니다. 

 

"아니 유괴가 아니에요. 배를 곯고 있는 걸 보고 노부요가... 데려와서... 근데 억지로 그런 게 아니라..." / "그런 걸 유괴라고 하죠." / "아니...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그 사람이... 몸값을 요구한 것도 아니니 경우가 다르다고, 이건 보호하는 거라고."

 

아이에게 도둑질을 시키고 양심에 가책은 없었냐는 경찰의 질문에 오사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합니다. 

 

"나는... 그것 말고는 가르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올바른 사연으로 모인 것도 아니지만, 비도덕적인 행동이 일상인 그들이지만, 그럼에도 애틋한 인연을 맺고 사는 이들 <좀도둑 가족>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요. 

 

'노부요의 말처럼 서로 선택한 관계가 더 끈끈한 것일까. 나와 아키도 이렇게 서로 닮아 있다.' 하쓰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더 따뜻하게 품게 되는 것이다. 

 

 

주리는 혼자 놀고 있었다. 손등에는 다시 예전처럼 멍이 들었다. // ".....아빠....." 쇼타는 입속으로 처음으로 그렇게 불러보았다. 버스를 뒤쫓던 오사무는 멈춰 서서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집으로 돌아간 린(아니 주리), 고아원에 가게 된 쇼타. 린은 다시 가정폭력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쇼타와 오사무는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깨닫습니다. 과연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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