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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ㅣ줄리언 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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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ㅣ줄리언 반스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Julian Patrick Barnes, 1946)가 2011년 출간한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입니다. 이 작품으로 줄리언 반스는 같은 해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합니다. 1부와 2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1부에서는 교훈적 소설로 보이지만 2부에 가서는 반전이 있는 스릴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의 한국어판 제목과 영문판 제목 모두 수긍이 가는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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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은퇴한 노인 토니 웹스터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학창시절 전학 온 에이드리언은 특출 난 수재로 캐임브리지에 장학생으로 입학합니다. 그러나 토니의 전 여자 친구 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이 사귄다는 소식에 격분해 신랄한 악담을 편지에 담아 둘에게 보냅니다. 우연인지 이후 에이드리언은 22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토니는 이 편지의 내용을 윤색해 기억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악마의 저주와도 같았으며, 노인이 된 토니가 자신의 저주가 그대로 실현된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게 줄거리입니다.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 마지막 것은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학창 시절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던 토니 웹스터는 노인이 된 지금은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고백하듯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합니다. 기억의 왜곡을 미리 예고하면서 말이죠.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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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에이드리언과 전 여자 친구 베로니카의 미래를 결정지어버린 자신의 예언과도 같은 편지, 토니는 죄책감을 담아 그때의 상황을 되짚어봅니다. 자신이 썼다고 믿는 '기억' 속 편지와 '실제' 자신이 쓴 편지는 그렇게 달랐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자기본위적 기만이며 망상적 허구, 이것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주를 퍼부었던 젊은 시절의 나와 그 저주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목도한 노년의 내가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다는 사실. 이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서로 무관하다. 

 

 

소설의 마지막에 토니 웹스터의 후회와 바람이 담긴 문장이 의미심장합니다. 

 

인간은 생의 종말을 향해 간다. 아니다, 생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그 생에서 가능한 모든 변화의 닫힘을 향해.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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