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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개 신랑 들이기ㅣ다와다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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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개 신랑 들이기ㅣ다와다 요코, 우리사회의 차별에 관한 단상 


일본의 시인이자 소설가 다와다 요코(Tawada Yoko, 1960)의 소설집 <개 신랑 들이기>입니다. 이 소설집에는 <페르소나>와 표제작인 <개 신랑 들이기> 두 작품이 수록돼 있습니다. 이 책 한 권으로 저자의 팬이 됐습니다. 내용도 매력적이지만 주변에 대한 묘사가 놀랍도록 치밀해서 '예술적'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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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록된 작품인 <개 신랑 들이기>의 도입부에서 오후 2시를 묘사한 부분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7월의 숨막히는 습기가 공공임대아파트 단지 안에 머무르는 가운데, 죽어 가는 매미 소리인지 급식소의 기계 소리인지 낮은 울림만이 멀리서 들려오고, 그 밖의 모든 것은 조용히 머물러 있는 오후 2시.

 

 

<개 신랑 들이기>에서는 정형화된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는 '이상한 존재들'이 주인공입니다. 사회에서 늘 '소문'의 대상이 되며 동시에 소외된, 어찌보면 중간적 존재로 어디에도 포함될 수 있지만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소속되지 못하는 이방인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타무라 미쓰코는 39세의 비혼 여성입니다. 동네에서 학원을 운영하는데 코 푼 휴지로 엉덩이를 닦으면 기분이 좋다거나 <개 신랑 들이기>라는 묘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고, 닭똥을 끓여 고약을 만들어 붙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런저런 소문이 따라붙습니다. 

 

 

닳아빠진 허드레 바지를 입고 고급스러운 선글라스를 쓰고 폴란드어 소설을 읽는 사람... 더구나 아이 없는 39세의 여성이라니 소문을 내기도 피곤하고... 근처 동네 사람들은 단지의 어머니들만큼 소문에 집착하지 않는 셈이었다. 

 

동네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북쪽 신도시와 남쪽 구도심으로 나뉘는데 미쓰코의 학원은 구도심에 있습니다. '소문'에 더 집착하는 신도시 단지 사람들, 미쓰코가 남쪽에 자리 잡은 이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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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코의 학원에 한부모가정에서 자라는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 후키코가 새로 들어옵니다. 남자아이들의 괴롭힘과 다른 여자아이들의 무관심 속에 벌어지는 따돌림을 익숙한 듯 받아들입니다. 그 모습에 미쓰코는 후키코에게 각별한 감정이 생깁니다. 

 

또 한명의 이상한 존재, 다로라는 이름의 20대 중반의 남성이 미쓰코를 찾아와 같이 살게 되는데 마치 <개 신랑 들이기>에 나오는 개처럼 행동합니다. 다로는 보통 남성의 성적 지향을 따르지 않는 인물입니다. 

 

"다로라고 불러 주세요. 본명으로 적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요."

 

 

동네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의 주인공이 된 미쓰코,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후키코, 다른 성적 지향으로 회사에서 '소문'의 주인공이 된 다로, 그리고 도시오. 이들 네 사람은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차별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후키코를 데리고 야반도주합니다. 모두 안녕히 계세요.  

 

이들은 홀연히 떠나버리고 그 빈자리에 뭔가 허망한 것이 남습니다. 중간적 존재들이 떠난 정형화된 사회, 저자는 그것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2024.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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